갈라콘서트의 포스터가 강렬하게 시선을 끈다. 공연도 분홍빛 바탕에 붉은 장미처럼 타오르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장미의 계절에 띄우는 불멸의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곡, 애니송, 합창곡은 홍정희 오페라단이 엄선한 소프라노 홍정희 박혜진 박상희, 테너 나승서 김성진, 바리톤 박경종, 조현일이 성악가로서 참여하며 세 합창단이 합창을 맡았다. 성악가들은 자신들만의 창의적 가창력, 가사에 어울리는 연기력, 관객을 움직이는 힘으로 노래를 선사했다.
갈라콘서트는 사랑의 노래를 진설하고 관객을 초청했다. 사랑으로 빚은 노래가 있는 오월의 콘서트 풍경은 가족들의 재회 같은 행복을 창출했다. 콘서트홀, 달고 짙은맛이 스며든 사랑의 노래들은 농밀한 이야기로 가득한 뒷담화를 낳을 것이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슬프게, 사계에 걸친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노래는 빠른 시간의 흐름에 아쉬움을 남겼다. 앵콜 곡 ‘축배의 노래’와 3차앵콜곡으로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부른 ‘애국가’는 파격적 합창이었다.
서울콘서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의식처럼 베르디(G.Verdi)의 ‘나부코 서곡’(Nabucco Overture)을 연주하면서 1부가 시작된다. 이어서 도니제티(G. Donizetti)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from Opera
2부는 뮤지컬 만화영화의 OST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음악 모음곡(Animation Musical Medley)-(Circle of Life 라이온 킹, A Whole New World 알라딘, Under the Sea 인어공주)이 홍정희오페라합창단, 서울평창어린이합창단의 애교 섞인 합창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로시니(G. Rossini)의 이태리 깐초네인 춤(La danza)/김성진, 레하르(F. Lehàr)의 오페레타 <쥬디타> 중 내 입술, 그 입맞춤은 뜨겁고(Meine Lippen, sie küssen so heiß from Operetta
살아가는 방식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음악, 그 연주회는 가까이 듣던 음악의 재발견 같은 진한 감동을 낳았다. 망설이지 않고 저돌적으로 추진해온 그동안의 홍정희오페라단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출연진의 방대함, 사랑이란 주제에 밀착된 노래, 가사를 음미하도록 하는 독창적 시적 구성과 흐름, 다양한 유형의 사랑 방식 제시, 명곡을 종합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 제공, 정상적 기량의 성악가들의 가창력 등은 이 연주회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주었다.
초록의 유혹이 겹겹이 쌓여 있는 오월의 밤을 온전히 콘서트에 저당 잡히고 열병처럼 다가오는 선율에 꽃을 입힌 나무들은 성악가들의 창법에 귀 기울였다. 한국가곡이 빠진 것이 아쉽지만, 아쉬움은 그리움을 낳는 법이다. 그리움은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만춘(晩春)이 걸어 온 화두 ‘사랑’은 리듬감을 탄 ‘꽃의 미학’을 떠올렸다. 다음 콘서트는 우리 가곡들만으로 차림을 준비하거나 우리가곡과 외국가곡들과의 배합으로 구성하거나 기대감을 낳는다.
홍정희오페라단은 음악을 통한 행복을 공유하고자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행복, 사랑, 희망을 나누기 위해 작은 오페라들을 기획해왔고, 오페라로 상상력을 극대화 시킬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대중적 오페라로 소외 계층, 청소년들의 상상력 발전소 역할도 해왔다. 음악치료단체를 자처하는 오페라단이 일반인들이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세상을 깜짝 놀래 킬 창작오페라 공연으로 국내외적인 화제가 되길 바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