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번 무대는 화음(和音)을 노래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오월의 음악 선물이라는 테마로 구성되었다. 암전에서 구성되는 김지윤의 영상 프로필에 이어 스포트라이트는 앉은 자세의 김지윤을 비추며 집중을 요하고 있었다. '무르익은 봄의 따사로움'을 표현하는 대표적 피리독주곡 '염양춘(艶陽春)'이 궁중 피리정악의 품격을 보여주며 시작되었다.
장면 전환이 되면 무대 중앙에 김지윤이 선 자세로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 하게 하는 양주동 작시, 이흥렬 작곡의 '어머니의 마음'을 연주하며 가정의 달 5월을 상기시킨다. 연주의 후반부에 피아니스트 임연주의 연주가 슬며시 끼어든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다. 대중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피리가 피아노와도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주하게 무대와 조명 변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김지윤의 독주회를 위해 작곡된 신이나의 초연곡 '평화'가 이어졌다. 화합이 필요한 지금,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하기 위해 작곡 된 곡으로 한국의 전통 관악기 피리, 서양의 플루트와 피아노 소리가 어울려 함께 하모니를 주고받으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슴 따뜻한 화음과 화합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북아일랜드의 전통 리듬인 런던데리 에어(Londonderry Air)인 '대니 보이'는 연주곡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1913년 가사를 넣어 발표된 잉글랜드 포크송 '대니 보이'로 더 잘 알려진 곡은 한옥당의 분위기를 열정으로 감싸 안으며 플루트 연주가 피리 연주를 잠식할 듯 다가온 연주였다.
비르투오지 오케스트라(Crech Virtuosi Orchestra)와 김지윤의 협연 곡으로 김지윤의 '피리, 클래식을 만나다' 앨범에서 초연된 신이나 작곡의 '신(申) 아리랑'은 원래 서양 오케스트라와 피리의 협연곡이나 이번 연주회에서는 피리와 플루트 그리고 피아노의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되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피날레 피리와 춤의 협업, '바람과 구름'은 '승무'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김지윤의 피리 연주 경기 대풍류와 함께 호흡하며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현대무용가 소은 은주(소리 숲 연출가)가 몸짓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피리가 이끄는 선율 속에 쉼 없는 타악의 흐름을 타고 바람과 구름을 형상화한 현대무용이 대풍류의 선율을 좀 더 깊고 섬세하게 만든다. 리본 댄스와 승무의 공통점을 발견한 안무가의 안목이 돋보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