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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국 맞은 씨티은행 16일 ‘쟁의’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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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파국 맞은 씨티은행 16일 ‘쟁의’ 돌입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예고한 씨티은행이 노조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16일부터 쟁의 행위에 들어간다.이미지 확대보기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예고한 씨티은행이 노조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16일부터 쟁의 행위에 들어간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진환 기자] 지난 8일과 11일 두 차례 교섭에 이은 15일 최종 교섭에서도 씨티은행 사측과 노조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16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최소한의 업무만 진행하면서 전면 파업 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28일 조합원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임금과 단체협상 교섭 결렬에 대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4%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를 8일과 11일에 이어 두 차례 더 진행했으며 15일 최종교섭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 측과 사측은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

씨티은행은 앞서 영업지점을 전국 126개에서 25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80%에 달하는 101개 지점이 폐쇄되는 것이다. 은행 측은 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씨티은행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고객가치(집중)센터를 새롭게 선보이게 된다. 이 센터는 전화․인터넷․모바일을 포함한 다양한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경험이 풍부한 금융전문가가 고객의 금융 니즈를 파악한 후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부서다. 씨티은행의 계획대로 통폐합되면 폐점 예정인 곳에 근무했던 은행원 중 상당수는 고객가치(집중)센터로 재배치된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으로 고객 응대에 나서겠다는 것은 결국 20~30년 경력의 영업점 전문가들을 전화 업무로 배치해 콜센터 직원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밖에 안된다며 파업 카드를 꺼냈다.

반면 씨티은행 측 주장은 다르다. 이미 95%의 은행 업무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점포를 현 수준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소비자 중심의 금융환경으로 미리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센터마다 80~100여 명의 금융전문가가 배치돼 고객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조 측은 어느 정도의 통폐합에는 찬성하지만 그 수준을 100개 정도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으로서 위치를 유지하려면 전국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오프라인 영업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의 공공성 측면에서도 지방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폐쇄되는 점포 직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 부재도 문제 삼았다. 갑작스러운 수도권 이주로 인해 혼란과 불편함이 상당 부분 야기될 것이지만 회사 측 에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쟁의행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양하다. 일부에서는 쟁의가 제대로 파급 효과를 주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사측의 비대면 채널 강화에 힘이 더욱 쏠리게 될 것으로 본다.

또 지점 통폐합으로 상당수 직원이 고객센터와 콜센터에 배치되면 현재 외주로 운영되고 있는 콜센터 직원 다수가 실직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중심의 금융권 변화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다”면서도 “선제적이고 급격한 변화에 대해 모두 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편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gba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