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프렉시트’ 불안 해소… 글로벌자금 유럽으로 몰린다

공유
4

‘프렉시트’ 불안 해소… 글로벌자금 유럽으로 몰린다

경제회복 기대감 갈수록 고조…헤지펀드 등 유로화 매수 우위
투자자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유로화 상승세는 지지부진

프랑스 대통령으로 중도 성향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며 정치·경제 리스크가 일부 사라져 경제회복 기대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유로화 매수 우위로 돌아서고 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유로화 상승세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대통령으로 중도 성향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며 정치·경제 리스크가 일부 사라져 경제회복 기대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유로화 매수 우위로 돌아서고 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유로화 상승세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제25대 프랑스 대통령으로 중도 성향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며 급등했던 유로 가치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경제 리스크가 사라지며 글로벌자금들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으로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프렉시트) 불안감이 사라지며 해외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3년 만에 유로화 매수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유로 상승세는 더디다.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당 1.10달러 선을 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로화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난 8일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승리 소식이 전해지며 프랑스 정치 리스크에 대한 안도감이 확산되자 유로 환율은 한때 1.1023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래 최고치다. 하지만 이내 반락하며 1.08달러대에 거래됐고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09달러대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해외 투기세력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통화선물 거래에서 비상업부문의 달러 대비 유로화 순매수 규모는 2만2399계약으로 집계됐다. 5월 둘째주에는 1653계약 순매도였으나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유로화가 매수로 돌아서는 것은 2014년 5월 이래 3년 만이다.

◇ 유로 상승…ECB 긴축 선회 없인 불가능
유로화 상승이 더딘 이유와 관련 미즈호은행은 “투기세력 이외의 시장 참가자들이 유로화 매도 스탠스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프랑스의 정치 리스크는 사라졌지만 앞으로 독일 총선과 이탈리아 총선 등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단기 매매가 특기인 투기세력들이 보유 통화량을 늘리는 정도로 유로화 시세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화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정책이 긴축 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ECB가 오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융완화 확대를 시사하는 문구를 삭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전 “유로존의 경제전망을 낙관하지만 ECB가 정책을 바꾸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아직 하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견해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마크롱 당선으로 정치 리스크가 사라지며 ECB의 정책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경기 둔화 조짐이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가 일단락되고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장기적으로 볼 때 유로 시세는 바닥을 쳤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 유럽으로 향하는 글로벌 자금
하지만 프랑스 대선으로 EU체제 분열에 대한 리스크가 사라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길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WSJ은 최근 유럽투자청(EPFR) 자료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럽과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성장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면서 이미 미국 주식시장에서 수십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EPFR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최근 7주간 미국 주식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222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유럽으로는 67억달러가 순유입돼 미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상당 부분이 유럽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5일 미래에셋대우도 지난 8~12일 글로벌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유럽 주식형펀드에 61억달러(약 6조8200억원)가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한 주 기준으로 보면 2015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크롱 후보 당선으로 유럽 투자 심리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WSJ 역시 미국 주식을 핵심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향후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해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미국이 아니라 선전하고 있는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유럽을 향한 글로벌 자금 흐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리스크는 사그라졌지만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역내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대통령 취임 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마크롱 대통령이 ‘강한 EU’를 위한 ‘EU 개혁’을 주장하며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어 당분간 유로존에 대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