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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석유공사 감사실, 알뜰주유소에 비축유 공급 권고…정유업계 파장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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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석유공사 감사실, 알뜰주유소에 비축유 공급 권고…정유업계 파장 예의주시?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활성화를 위해 비축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활성화를 위해 비축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비축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향후 정유업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알뜰주유소에 비축유를 공급하는 것이 비축유의 본래 취지를 고려할 때 현실화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감사실은 알뜰주유소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비축유 공급을 권고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 유통 시장에 경쟁을 촉진해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출범했다.
출범 당시 884개였던 알뜰주유소는 ▲2013년 1031개 ▲2014년 1136개 ▲2015년 1145개 ▲2016년 1168개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최근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비축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비축유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해 저유가 시기에 미리 사 저장해놓은 물량이다.

석유공사가 비축유를 공급하려는 배경은 알뜰주유소의 경쟁력 확보에 있다. 석유공사는 국내 정유사들을 통해 석유 제품을 입찰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이때 정유사가 공사에 납품하는 가격은 국제유가인 MOPS(싱가포르 현물가격) 월평균 가격 기준이다.

석유공사는 비축유를 추가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한다. 물량이 늘어나면 공급 단가가 낮아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알뜰주유소 석유 제품의 가격도 낮춰진다. 이는 다른 정유사의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절감의 혜택을 보게 된다.

정유업계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의 필요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정유사들이 이미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충분히 공급해 물량 부족의 어려움이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물량이 부족하지 않은데 왜 비축유까지 공급하려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주유소 경영난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비축유 공급을 통해 가격 경쟁을 촉진시키면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주유소 입장에서는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져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2014년 기준 1.8%에 불과했다. 폐업 주유소는 2010년 136개에서 2016년 219개로 두배 가량 늘었다.

이같은 경영난은 경쟁 과잉 탓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1995년 주유소 거리제한 완전철폐 이후 주유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기준 1만2010곳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시장이 과포화돼 주유소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비축유를 공급해 알뜰주유소 수를 유지하려는 정책이 현시점에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알뜰주유소에 비축유가 공급될 경우 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입찰하는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 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비축유가 정유사의 제품보다 가격이나 여러 조건에서 더 우수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 관계자는 “올해 입찰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며 “비축유 공급이 입찰 물량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