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화씨의 구슬과 한국 OLED

기사입력 : 2017-05-24 06:00 (최종수정 2017-05-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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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1.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은 세계 정상이다, 하지만 각종 통계와 보도에 따르면 내년 쯤 중국이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존 디스플레이의 주력인 LCD(액정표시판)시장에 한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최신 OLED(유기발광소자)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TV 등에 사용되는 대형 OLED에선 LG디스플레이가 각각 95% 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가진다. 하지만 추격은 시간 문제다. 올 연말 중국 디스플레이 최강자 BOE의 OLED디스플레이 양산을 신호탄으로 본격 추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반도체와 비슷하다.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장치 산업인데다 누가 먼저 고효율·고성능 제품을 내놓느냐가 경쟁력의 요체다.


#2. 이런 가운데 올초 한 국내 중소기업은 관련 신기술 개발 기자설명회를 가졌다. 약 3년의 개발 기간 동안 OLED 관련 분석기와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고 했다. OLED 재료를 정확히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해 준다. 이를 통해 최장 1년반 정도 걸리던 개발 시간을 단 2주로 줄이고, 25%가 한계였던 발광효율은 45%까지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모 교수의 원천기술 기반의 개발 성과라고 했다. 복잡하고 세세한 내용은 전문가의 영역이니 알 바 아니다. 이 기업은 우리나라의 세계적 양대 디스플레이업체에 자사 기술을 제값대로 평가받고, 원천기술까지 턴키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 속에서 결과적으로 신기술 개발품들에 대한 값어치를 공식적으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논의 채널이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3. 개발자 얘기가 사실이라면 중국 고서 한비자에 나오는 화씨의 구슬이 이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진짜 보석을 가진 사람과 이를 알아 주는 사람’에 대한 얘기다. 초나라 사람 화씨가 가공되지 않은 옥돌을 구해 여(厲)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왕이 옥바치(玉人)에게 물어보니 ‘돌’이라고 했다. 왕은 화씨가 자신을 속였다며 그의 발뒤꿈치를 잘랐다. 화씨는 이어 즉위한 무왕에게 다시 옥을 바쳤다. 그 역시 마찬가지여서 화씨의 나머지 발뒤꿈치마저 잘랐다. 화씨는 이에 옥돌을 안고 초나라 산 아래에서 삼일낮 삼일밤을 울었다...문왕이 이를 듣고 사람을 시켜서 “천하에 죄를 저질러 발뒤꿈치를 잘린 사람은 많다. 그대는 왜 서럽게 우는가?”라고 물었다. 화씨는 “저는 발뒤꿈치가 베인 것을 서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제 보석을 돌이라 생각하고 평한 것이 서러운 것이며...”라고 했다. 왕은 이에 그의 옥돌을 다듬게 해 보물을 손에 넣었고 이를 ‘화씨의 구슬(和氏之璧)’이라 부르게 했다.

#4. 지금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는 세계적 권위의 디스플레이 학회인 SID 주관으로 ‘SID2017’가 열리고 있다. 예의 기술개발 업체는 당초 방침을 바꿔 이 행사에서 개발품을 공개하고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100만달러에 내놓기로 했다 한다. 이 업체는 한국에서 자신의 ‘구슬’이 ‘돌’로 밖에 평가받지 못한다면 값어치를 제대로 쳐 주는 한국의 경쟁자에게라도 넘겨 주겠다고 나섰다. 애플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가시권이다. 무슨 상관이랴. 다만 한가지 꺼림칙한 게 있다. 이 기술이 경쟁자, 특히 중국 기업의 손에 들어간다면 추격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착잡하다. 이 중소기업이 국제적 사기를 진행 중인 것이 아니라면 한국의 보물급 기술을 바싹 추격해 온 경쟁사에게 나눠줄 빗장이 열리게 됐다는 얘기가 되니까.

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 이재구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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