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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기획] ‘대륙굴기’ 앞에 작아지는 美·日… 한국도 새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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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기획] ‘대륙굴기’ 앞에 작아지는 美·日… 한국도 새 길 찾아야

잘나가던 일본 종합상사 자취 감춰…중국 기업 2010년 대비 119% 성장률 기록
한국, 재벌 기업·공사 벗어날 수 있게 새로운 판 짜야

‘Fortune Global 500’으로 본 세계 경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매년 IPO(주식공개상장)와 관계없이 총 매출을 기준으로 ‘Fortune Global 500’ 랭킹을 발표한다.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기업의 자존심이 걸렸다고 할 수 있는데 랭킹 순위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과 국가의 변천사를 보면 세계 경제 흐름 또한 포착할 수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에서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창간연도인 2010년과 최신 발표 자료인 2016년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 순위를 비교·분석해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 90년대 주름잡던 日상사 자취 감춰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은 1995년 처음 공개돼 올해로 22년째를 맞았다.

1995년 글로벌 500대 기업 상위 4개사는 모두 일본 종합상사가 차지했다. 1979년 에즈라 보겔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미국인에게 일본의 성공을 배우자고 촉구하는 취지로 ‘재팬 애즈 넘버 원’(Japan as Number1)을 언급한 영향이 아직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0년 후인 2005년 상위 10개사 순위에서 일본 기업은 도요타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총 매출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Fortune Global 500’ 랭킹 연도별 상위 10개사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총 매출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Fortune Global 500’ 랭킹 연도별 상위 10개사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 종합상사들은 1996년까지 2년 연속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이듬해인 1997년부터 밀려나가기 시작하더니 2003년 이후에는 상위 10개사 명단에서 사라졌다.

일본 상사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2002년부터는 미국 유통 공룡 월마트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석유회사와 자동차 대기업이 라인업 됐고 2010년에는 랭킹 7·8·10위에 중국 국유기업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2016년 나란히 2·3·4위를 차지했다.
◇ 중국 기업 500대 기업 랭킹 119% 증가율

1995년부터 2016년까지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일본과 유럽 각국(프랑스·독일·영국)은 큰 변화가 없다. 특히 미국은 기업 수는 줄었지만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공개된 데이터를 포함해 21년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 기업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5년 단 3개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은 2010년 47개사로 늘어나더니 2016년에는 100개 선을 넘어섰다. 비율로 보면 20.6%로 미국에 이어 2번째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2010년 프랑스·독일·영국 등을 제치고 3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2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미국 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이 처음 발표된 1995년 이후 상위 5개국 현황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이 처음 발표된 1995년 이후 상위 5개국 현황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2010년 141개 미국 기업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2016년에는 134개사로 약 5% 감소했다. 반면 중국 기업은 47개에서 103개로 급증하며 119%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500개 기업에 랭크된 중국 기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이 국영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2~4위인 국가전망공사(SGC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중국석유화공집단(페트로차이나)을 비롯해 15위인 중국공상은행, 22위 중국건설은행, 27위 중국건축공정총공사, 29위 중국농업은행, 35위 중국은행, 45위 중국이동통신, 46위 상하이자동차 등이 모두 국영기업이다.

여전히 국영기업이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민영기업의 존재감이 커지는 등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에는 41위 중국평안보험그룹, 129위 화웨이, 202위 레노버, 366위 제이디닷컴(JD.Com), 385위 다롄완다그룹, 481위 메이디 등 10개사 이상의 민영기업이 랭크인 됐다.

◇ 한국도 재벌·공사 벗어나 새 판 짜야

중국은 세계적인 전기·전자 산업은 물론 전자상거래(e커머스) 산업의 일대 거점이 되고 있다. 특히 민영 기업이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대기업 반열에 오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중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2016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전년보다 2개사 줄어든 15개사로 중국의 14.6%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SK·롯데·한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과 한국전력공사·포스코 등 공사와 국영기업이다.

2016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 현황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2016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 현황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100대 기업에 랭크된 한국 기업은 삼성과 현대차뿐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1995년 글로벌 500대 기업 랭킹 공개 당시 221위였지만 2005년에는 39위로, 2010년에는 32위로 뛰어올랐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13위를 기록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의 굴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99위에서 84위로 올라섰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200위권 이하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경제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문재인 정부는 재벌그룹의 각종 폐해를 지적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려온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첫 대통령정책실장에 임명했다. 20여 년간 시민사회 진영에서 활동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장하성 실장까지 합세하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다.

이들이 재벌개혁과 경제성장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재벌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 등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우려에 좌불안석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현실을 잘 아는 인사가 단행된 만큼 오히려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며 ‘기대반 우려반’이다.

지난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 후에 한국 경제가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IMF 중기 경제전망대로라면 3년 후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

대기업·재벌기업에 편중된 한국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특정 기업, 재벌 기업을 콕 찍어 개혁하겠다는 식의 정책 집행은 피해야 한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