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지분 33.4% 요구… 日 “매각 지연 변수”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자 도시바(東芝) 측이 “매각 작업의 지연 요인이 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이 SK에는 의결권이 없으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요구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에 SK하이닉스가 소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4일 마이니치신문은 “도시바가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한·미·일 연합’ 중 SK하이닉스가 의결권 취득을 요구하고 있다”며 “도시바가 독점금지법 심사 장기화와 한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장이 도시바메모리 매각 최종 계약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가 33.4%의 의결권을 취득할 경우 중요 사항에서 거부권을 발동할 수 있고 핵심 기술이 한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한미일 연합의 조건이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도시바메모리 66.6%를 인수하고 나머지 33.4%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취득, SK하이닉스는 융자 방식으로 참가하는 것인데 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WSJ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도시바가 지난달 21일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후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33.4%를 인수할 수 있는 의결권 취득 권리를 주장했고 베인캐피털이 보유하게 될 도시바메모리 지분 일부 혹은 전부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도시바는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매각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방안은 유지하겠지만) 동업인 SK하이닉스가 3분의 1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할 경우 독금법 심사가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