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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장(張) 씨가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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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장(張) 씨가 아니어도 좋다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동국제강 창업 2세대인 장상태 회장은 2000년 초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찾는다. 그룹을 이끌 전문경영인을 추전받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김종진 포스코 사장을 추전했고 장 회장은 그에게 수장을 맡겼다.

"유능한 경영인이라면 장(張) 씨가 아니어도 좋다”라는 장 회장의 뜻이 잘 드러난 야사로 알려져 있다.
2017년 7월 7일. 동국제강그룹 창립 63주년을 맞았다. 이 기업의 뿌리를 되짚어 봤다.

창업주이자 1대 회장인 장경호 회장은 ‘철강보국((鐵鋼報國)’ 정신으로 1954년 동국제강을 창립했다. 철강으로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의미다. 일제 해방 후 9년, 휴전 협상이 마무리(1953년 7월) 된 지 고작 1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니 나라에 대한 그의 마음을 현 세대가 이해하기는 어렵다. 먹고 사는 문제서부터 개인 명예가 중시되는 사회이니 말이다.

창립 이후 동국제강은 국내 철강사(史)에 늘 최초라는 타이틀을 걸어놓았다.

1세대에서는 1954년 민간자본의 첫 철강사 동국제강 설립, 1959년에는 와이어로드를 처음으로 생산한다.

남한 최초의 15톤 전기로 (철박물관 소장)
남한 최초의 15톤 전기로 (철박물관 소장)

1965년 동국제강은 하루 생산능력 50톤 규모의 고로를 짓는다. 포스코가 고로사업의 첫 시작이었다는 인식이 많지만 사실상 동국이 그 모태가 된다. 이듬해에는 전기로 15톤 제강공장(사진)을 최초로 짓는다.

2세대에는 우리나라 최초 후판공장을 준공, 처음으로 후판을 생산한다.

3세대인 장세주 회장은 이를 주력 사업으로 키웠다. 이는 또 2009년 최신식 당진 후판공장 준공, 브라질 고로사업까지 연결됐다.

그리고 2015년, 장세욱 부회장이 수장을 맡았다. 철강업계엔 최악의 시기로 인식되는 구간이었다. 성과는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이 알려져 있다. 계열사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 및 역량 집중, 수익성 및 재무 개선, 브라질 고로 사업 완성 등.

63주년은 의미가 있다. 우선 브라질 고로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는 해다. 신용평가기관은 동국제강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한신평은 최근 전망등급을 ‘긍정적(Positive)'까지 끌어올렸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끝난 지난해 6월부터 불과 1년 내 이뤄졌다. 장 부회장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100년 기업의 초석을 다지자고도 했다. 새로운 승부를 위한 출발을 알린 것이다.

여기서 보다 유심히 지켜봐야 것이 있다.

달라지고 있는 동국제강 문화다.

최근 채용에서는 면접자들에게 미키마우스티를 나눠줘 화제가 됐다. 포항제강소에는 세련된 D-카페(D-cafe)를 열었다. 장 부회장은 작년 시무식을 이례적으로 스탠딩으로 진행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맡았다. 간부급에게 헬스케어 제품인 핏빗(fit-bit)을 건네주는가 하면 사내에서 다트(DART) 게임을 즐기게 했다. 직원과의 식사는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D블로그를 통해 교류의 장도 열어놨다.

이 같은 문화의 핵심은 ‘소통’이다. 회사 내 소통은 물론, 외부와의 통로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철강은 소재산업, B2B 사업이라는 특성 등으로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조직 문화가 경직됐다는 인식도 아직 많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이 때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기업의 재원이 될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철강기업 문화도 변화가 필요하다.

장 부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변화에 발을 맞춘, 후배들이 끌고 갈 기업문화를 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재가 있다면 “장씨가 아니어도 좋다”라는 장상태 회장의 뜻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새로운 세대를 위해 뛰고 있는 동국제강그룹이 국내 철강사 최초 수백 년 기업의 역사를 쓰는 동국제강을 기대한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