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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왜 안 오르지”… 각국 중앙은행 돈줄 조이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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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왜 안 오르지”… 각국 중앙은행 돈줄 조이기 혼란

경제 성장 호조·실업률 감소 불구 저물가 상황 이어지며 고민 빠져
ECB가 글로벌 금리상승 초래…드라기 ‘비둘기’서 ‘매파’로 바꿔

미 연준 옐런 의장에 이어 BOE와 BOC 총재, ECB 드라기 총재도 긴축 방침을 시사하고 있지만 긴축 전환의 근거가 되는 인플레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출구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 사진=로이터/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미 연준 옐런 의장에 이어 BOE와 BOC 총재, ECB 드라기 총재도 긴축 방침을 시사하고 있지만 긴축 전환의 근거가 되는 인플레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출구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 사진=로이터/뉴스1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한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저조한 인플레이션 탓에 고민에 빠졌다. 세계 경제 성장 호조에 전례 없는 실업률 감소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경우 자산시장 투기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각국 중앙은행 긴축… 무모한 시도?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주요 20국(G20) 인플레가 4개월째 둔화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선진국 평균치 역시 3개월째 둔화하면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WSJ은 9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경제 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 감소도 이어지고 있지만 인플레 둔화 경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수수께끼’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낮은 인플레가 경기 침체의 조짐으로 여겨지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 투자전문지 배런스와 JP모건 역시 올 하반기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주의해야 할 3대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낮은 시장변동성, 그리고 기대 인플레 부진을 꼽았다.

JP모건은 저물가와 기대 인플레 하락을 근거로 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금리인상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달째 둔화 중인데다 미래 물가 심리를 보여주는 기대 인플레 급락은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

특히 연준의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대 인플레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경기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올해 3·6월에 이어 추가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를 예고한 연준이 인플레 부진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금리상승 파도 진원은 ECB

이렇게 낮아진 기대 인플레가 연준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WSJ은 인플레가 현재의 1.75% 수준에서 고정될 경우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는 물론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총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연준이 주요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을 부추겼다고 했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준을 따라 출구전략에 나선 ECB가 오히려 글로벌 금리상승 파도의 진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드라기 총재의 “디플레 위협이 사라졌다”는 경기·물가 발언을 발화점으로 세계 금리상승 기조에 불이 붙었다는 것.

신문은 대표적 비둘기파인 드라기 총재가 전과 다른 발언을 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일변했다며 “내년 이후 ECB의 금융완화 축소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이탈리아 등 남유럽 금리 문제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올 하반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 약세가 ‘일시적’이라며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양적완화 출구가 가까워졌다는 의견이 잇따르며 투자자들은 일제히 유로화 매입에 나섰고 유로화가 급등하며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즉각 반응을 했을까. 유럽 경제가 16분기 연속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인 2%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미 1%를 넘어선 상황에서 드라기 총재가 매파 스탠스를 보이면서 시장에 자극이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ECB는 경기부양을 위해 2015년 3월부터 2조3000억유로(약 3014조원) 규모의 자산 매입을 골자로 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덕분에 지난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달 600억유로(약 78조6180억원)의 자산 매입 정책은 올 12월 말로 종료될 전망이다.

ECB가 연준과 비슷한 경로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1월부터 자산매입 금액을 축소하는 연착륙 정책 시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연준 옐런 의장에 이어 뱅크오브잉글랜드(BOE)와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 그리고 ECB 드라기 총재도 긴축 방침을 시사한 상황에서 긴축 전환의 근거가 되는 인플레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요국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