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린 그리움과 동경을 도자기에 담은 채색화의 멋과 맛

[전시리뷰] PLAS(조형아트서울)2017에 선보인 강명자展

기사입력 : 2017-07-12 10:45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삼성무역센터(COEX) D1・D2 홀에서 열렸던 PLAS(조형아트서울)2017에 선보인 한국화가 강명자의 작품들은 그녀가 다루는 작품들의 주제를 극명하게 부각시킨 대표작들을 보여주었다. 꽃의 탄생・성장・화사, 여성・여인의 신비, 경건한 신앙심을 작품에 투사시켜 자신의 심성을 보여주었던 이전의 작업에서 도자에 에세이적 심리적 전이를 꾀한다. 그 속에 ‘사랑’, ‘인연’, ‘귀향’, ‘환생’, ‘무언’, ‘이브의 신비’가 담긴다.

강명자의 작품은 도자의 영롱한 비취색에 한련화의 선들을 융합해 한국채색화의 기법으로 표현한 것과 어머니를 떠올리며 모시 조각보에 아름다운 꽃들을 그려내어 채색화로 그려낸 것으로 대별한다. 시공을 초월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판타지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선과 색채의 변화에 따라 도자와 한련화는 성찰의 조망의 ‘차별의 이질’을 보여준다. 작가가 노련하고 세련된 기교로 탄생시킨 작품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소지하고 있다.

center
사랑, 116.5x91cm, 장지에 석채 분채


작가는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며 ‘가을채비’를 한다. 겹을 이루어가며 담화가 숨어있는 상징들은 그녀의 작품을 신비롭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야기가 가득 담긴 명징한 선비적 자태를 보이는 도자기,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들인 한련화,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조각보, 부귀영화를 상징하며 가족의 평안과 다복을 기원하는 여인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규방여인의 자태를 보이는 목단,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양귀비 등에는 추억과 사연이 줄줄이 엮어져 있다.

강명자, 그녀는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며 자신의 마음에 이는 감정들을 꽃과의 대화로 전개시켜왔다. 그녀의 상상은 늘 자신을 정화시키고 바른 삶을 사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녀의 주변에 퍼져있는 낭만적 서정들은 여성적이다. 그녀의 그림은 그녀의 심상이고, 현숙한 여성의 표상이다. 자신의 안온한 생각들로 행복을 스스로 일구어온 여류화가의 작업들은 온통 과거가 축복해준 현재의 모습들로 나타난다. 그녀의 그림들은 정갈한 밥상같은 느낌을 준다.

center
귀향, 53x45.5cm, 장지에 석채 분채

전통 도자기는 지혜롭고 슬기로운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 진다. 그 속에는 한국인의 얼이 담겨있다. 단아하고 영롱한 자태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모습이다. 작품은 한련화가 활짝 핀 정원에서 마주앉은 두 사람을 보여준다. 우주와 자연, 인생살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대소의 비유, 음양의 조화, 채워져 있는 병과 빈잔은 율동같은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있다. 작가의 이미지를 고향으로 환치하면 도자기 속 한련화들은 유년시절 고향집 장독대와 그 주변에 만개했던 꽃들이다.

모든 생물은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고 금의환향하는 것이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이 도자기 속에도 작가의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역시 한련화가 만개해있고 나비들이 춤을 추며 고향의 추억을 조화롭게 어루만지고 있다.

center
환생, 53x45.5cm, 장지에 석채 분채


환생은 죽은 생명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불교에서는 윤회라는 말과 함께 자주 쓰이고 다른 종교에서도 종교적 내용을 언급할 때 함께 쓰인다. 현재까지 환생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없다. 이 작품은 이미 도자기로 탄생되어 떠나 가버린 어두운 공간에 나비라는 생명체가 날아오고 반짝이는 빛 처리를 함으로써 도자기로 환생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center
이브의 신비 1, 45.5x38cm, 장지에 석채 분채

center
이브의 신비 2, 45.5x38cm, 장지에 석채 분채

보름달 같은 달 항아리는 우주 공간을 나타내며 그 속의 여인은 인간 세상이다. 배경은 밤하늘의 은하수이고 한련화에 가리운 여인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앞을 보고 있는 여인은 창조된 후 고뇌에 쌓인 인간 삶의 모습이고, 등을 보이고 있는 여인은 세상살이 끝에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의 모습이다. 백자 달 항아리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백항아리는 작가의 손맛에 따라 둥근 형태가 각각 달랐다. 위 작품들은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부끄러움을 알게 된 후 수줍어하는 이브의 모습이다.

center
무언 2, 53x45.5cm, 장지에 석채 분채

화려하고 아름다운 전통문양의 문창살 옆에 모란꽃이 말없이 항아리에 피어있다. 모란은 꽃이 화려하고 풍염하여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있는 꽃이다. 그래서 부귀화라고도 하고, 화중왕이라고도 한다. 부귀란 재산이 많고 신분이 높은 것을 말한다. 모란은 그러한 성격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다. 모란은 꽃이 풍기는 화려함과 덕스럽고 부귀로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품격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center
인연, 41x32cm, 장지에 석채 분채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는 꽃이라 전한다. 불교의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불자가 연꽃 위에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어서 부처상이나 스님이 연꽃 대좌에 앉는 풍습이 생겼다. 불교 전파 이전부터 연꽃이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으로 피는 모습은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으로 표현되었고, 종자가 많이 달리는 현실을 다산의 징표로 하였다. 불교에서는 극락세계를 신성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라고 생각하여 사찰 경내에 연못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꽃과 인연이 되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강명자 작가의 작품들은 호방과 진취적이라는 말과는 괘를 달리한다. 실험적이거나 선동적이라는 말과는 더 더욱 거리가 멀다. 차분한 가운데 설득력 있게 미세한 감정과 느낌으로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다. 수줍게 화사를 감추고 침미(沈美)하는 고수의 기법을 쓴다. 전통을 현대로 끌어내는 색 구사와 디지털 시대를 감싸 안는 여유로운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계절이 지나도 고고한 빛으로 남아 이야기들을 이어갈 듯한 매혹의 그림들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오늘의 핫 뉴스

주요뉴스

많이 본 기사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