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호의 일상향(日常向)] 지난 일과 흙탕물

기사입력 : 2017-07-17 14:46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center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가뭄의 기억이 가물거리는 틈을 타 곳곳에 물 폭탄이 기습적으로 떨어졌다. 사람이 죽고 사라졌으며 집과 자동차들이 빗물에 잠겼다. 22년 만에 홍수가 난 청주의 피해가 가장 컸다. 강바닥을 긁어내고 강물을 가두는데 들였던 피 같은 세금은 가뭄도 홍수도 막아내지 못했다. 농작물을 덮어버린 흙탕물 앞에서 농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버려졌던 강을 되살리고 자연재해에 대비하며 수자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훈수한 바 있다. 현 대통령이 4대강 정책 감사 착수를 지시하고 난 이후의 반응이었다. 국가정보기관을 동원해 상시적으로 정권 재창출 공작을 편 정황이 담긴 문건에 대해서는 “다 끝난 일을 끄집어내는 이유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역사 인식은 도심을 뒤덮은 흙탕물처럼 탁했다.

홍수가 날 때 가장 필요해지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물이다. 오염된 흙탕물은 마실 수가 없다. 그 물로는 씻을 수도 없다. 동식물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물이 빠지고 나면 가축들은 병들고, 물 아래에 있던 농작물은 뿌리가 썩고 잎마다 달라붙은 진흙으로 숨을 쉬지 못한 채 주저앉아 죽어가기 일쑤다. 물은 깨끗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허리가 잘려나간 강줄기마다 가득 고인 썩은 물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탄식했던 이유다.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일의 과정이 불투명하고 결과가 불합리하다면 재조사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식적 의문을 무시하고 민주적 토론을 거부하면서 정권의 주도하에 속전속결로 진행된 일이기에 더더욱 철저한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나랏일은 언제나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엄중하게 결정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설사 좋은 취지로 벌인 일일지라도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 한 수사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미꾸라지 한 마리는 웅덩이를 흐릴 뿐이지만 그릇된 지도자는 나라를 망친다. 지도자와 그를 중심으로 정권이 벌인 일은 그 자체로 역사다. 역사에 대한 의문제기에 시효가 있을 수 없다. 권좌에서 내려와도 국민과 역사 앞에서 당당하고자 한다면 권좌에 있는 동안 권력을 바르게 행사하면 그만이다. 그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으나 국민들은 ‘다 끝난 일’이라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삶에 말로 끝낸다고 다 끝내지는 일은 없기에 국민들은 같은 잣대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미꾸라지를 잡아야 물이 맑아지듯 잘못한 일들을 바로잡아야 세상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10쪽 짜리 현황 보고서와 회의실 예약 내역이 전부였던 전 정부 인수인계 자료 대비 대량이라고 일컬을 만한 전 정부의 문건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되었다.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탁류에 휩쓸리지 않고 물밑에 내려앉아 있던 진실의 작은 흔적일 터다. 수리온이라는 멋진 이름의 한국형 헬기사업을 둘러싼 구린내도 진동한다. 권력이 작동하던 곳 어디든 썩지 않은 곳이 없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날마다 확인하고 있다. 흙탕물을 모두 걷어낸 후에야 진흙더미에 처박혀 있는 진실의 파편들이 거대한 실체들을 드러낼 것이다. 흙탕물을 흙탕물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들이 세상의 미꾸라지다.

15일 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되었다. 올해 기준 6470원에서 16.4%가 올라 역대 가장 큰 인상폭이라고 언론은 떠들어댔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 갑론을박했다. 경제 주체별 사연이 어떻든 하루 8시간씩 한 달 25일을 일해도 세전 150만원 남짓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세상에서 성실한 노동으로 먹고 살기란 여전히 버겁다. 그래서 그들은 흙탕물 속으로 자꾸 기어들어갔는지도 모른다.

비가 그친 거리에는 바람도 함께 멈춰 있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흙탕물도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노정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관련기사

오늘의 핫 뉴스

주요뉴스

가장 많이 공유 된 기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