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시작된 독일 폭스바겐(VW)의 배기가스 규제 회피 문제를 통해 유럽 각국이 비슷한 수법에 대한 국내외 업체를 조사한 결과 속속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현지 매체 쥐트도이체자이퉁은 12일(현지 시각) 다임러AG가 2008~2016년 배기가스 규제 회피 불법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디젤 차량 100만대 이상을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임러는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정화 기능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시험장에서는 기준을 충족하는 한편, 실제로 거리를 주행할 때 정화 기능을 정지시켜 규제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을 배출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 독일 교통부는 다임러 간부를 호출해 설명을 요구했고 관계 당국은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만약 다임러가 폭스바겐처럼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형식 승인의 취소와 함께 제2의 배기가스 부정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배기가스 비리를 둘러싼 의혹은 다임러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1 월에는 프랑스의 르노가 배기가스 검사 시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을 무단으로 조작하는 의심으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네덜란드 검찰이 스즈키와 유럽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가 배기가스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탑재하고 있던 혐의도 부상하고 있다. 스즈키는 ‘비타라’에 탑재하는 배기량 1.6ℓ 디젤 엔진을 FCA에서 조달해 왔으며,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조사회사 LMC 오토모티브는 서유럽의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디젤차 비율이 2015년 약 52%에서 2023년에는 3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디젤 차량을 환경 대응 차의 핵심 중 하나라고 평가해온 유럽 업체들도 제품 전략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폭스바겐은 그룹 차원에서 2025년까지 30차종 이상의 EV를 발매할 계획이며, 다임러도 2022년까지 10차종의 EV를 투입해 2025년에는 판매 대수의 15~25%를 EV로 할당하는 등 전기자동차에 축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