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4대 그룹, 문재인 정부 보폭 맞춰 블라인드 채용 확대

공유
2

4대 그룹, 문재인 정부 보폭 맞춰 블라인드 채용 확대

4대기업 채용규모.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4대기업 채용규모.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공채 시즌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대가 크다.”

취업준비생 A씨(32)의 말이다. 그의 언급처럼 올해 하반기 채용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공채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 개막’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이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지원서류에 가정환경과 학력, 출신지, 가족관계 등이 드러나지 않는 이력서를 토대로 직무·적성에 맞춰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 4대 그룹, 블라인드 채용 확대 도입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 분야가 일정 이상의 학력이나 스펙,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과거 민간 대기업들도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한 사례를 보면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뛰어난 실력과 열정 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블라인드 채용이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문재인 정부의 보폭에 맞춰 블라인드 채용을 일부 수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4대 그룹은 2015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본격 도입해 서류에 학점과 어학성적, 자격증,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등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했다.

삼성은 1994년부터 ‘열린 채용’을 도입해 지원서류에서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 기입란을 삭제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학점 제한(4.5 만점에 3.0 이상)도 폐지했다. 또 창의성 면접을 도입해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 전개 과정을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부터 지원서류에 사진과 가족 정보, 해외경험 등의 기입란을 없앴고 2015년부터는 동아리와 봉사활동, 학회활동 기입란도 없앴다. 면접에선 2015년 하반기부터 1차면접 복장을 자율화했다.

SK그룹은 2015년부터 사진과 어학성적, IT 활용능력, 해외경험, 가족관계 등을 삭제했고 자기소개서 위주의 서류전형을 하고 있다.

LG그룹도 개인정보 기입란을 대폭 축소해 지원자에 집중하는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LG전자 스페인법인은 지난 20일 스페인 정부가 추진 중인 ‘백지이력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이같은 시도는 문 대통령의 블라인드 채용과 맥을 같이 하는 것.

4대 그룹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법제화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맞춰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채용 시기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블라인드 채용 범위를 확대할지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4대 그룹, 대내외 여건 힘들수록 인재 농사 챙긴다


신입사원 채용은 기업의 최소 3년 후 농사를 준비하는 ‘밭고르기’나 마찬가지다. 4대 그룹은 힘든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맞춰 하반기 채용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을 지난해 대비 대폭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5000여 명을 채용해왔다. 올해엔 6000명 이상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정부와 일자리 확대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반기 신규인력 채용 확대에 관해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채용 규모 확대는 이달 초 단일 생산라인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반도체 공장 본격 가동과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지난 2분기 실적에 기초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파격적인 규모의 인원이 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응답할 것으로 보인다. 단 국내외 판매 급락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처럼 채용규모가 대폭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년 신입·경력직원으로 1만명을 채용한다”며 “현재 현대모비스나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하반기 채용 인원을 취합하고 있다. 서류는 다음달 말부터 접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K그룹은 올해 채용규모를 8200여 명으로 설정한 바 있다. 지난해 대비 100명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하반기 채용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혀 당초 공개한 채용 규모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LG그룹은 현재 계열사를 통해 채용 규모를 확정하고 있다. LG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춰 8~9월께 변화된 채용규모와 방식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