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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VPN규제'로 연구원에 족쇄…'두뇌 해외 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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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VPN규제'로 연구원에 족쇄…'두뇌 해외 유출' 우려

올 1월부터 가상사설망 통제로 연구원들 구글 검색 사용 제한

중국 당국의 VPN 규제로 뛰어난 두뇌의 연구원들이 최신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당국의 VPN 규제로 뛰어난 두뇌의 연구원들이 최신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에서는 정부 당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그레이트 방화벽'이 현재 가동되고 있다. 이 구조를 회피하기 위해서 그동안 가상사설망 'VPN(Virtual Private Network)'이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중국 당국은 VPN 단속을 강화했다. 그로 인해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에 큰 제한이 걸렸고, 그 여파는 어느새 과학 연구의 세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신 정보를 찾아 헤매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두뇌 유출'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기가진(GIGAZINE)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엄청난 양의 연구 논문이나 정보를 찾기 위해 중국 연구원은 구글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일반적인 경로로 구글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모든 연구원은 소속 연구 기관에 있는 VPN을 사용하거나 직접 이용료를 지불하며 민간 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VPN을 이용해 왔다.

물론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Baidu)를 사용하면 중국 내에서도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전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자에게는 자국 내 검색 서비스인 바이두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구글에 의존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중국 정부는 14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며 VPN 규제에 착수했다. 이는 중국의 정보통신 당국인 공업정보화부가 실시하는 것으로 "중국에서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시장이 난잡하게 개발되고 있는 징후가 있다는 이유로 긴급 규제와 관리를 통해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접속 서비스를 단속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2017년 1월 22일 발표와 동시에 곧장 시작됐으며 2018년 3월 31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이른바 그동안 규제의 허점으로 간과되어왔던 VPN서비스였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대대적인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베이징의 칭화대에서 생물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은 대학이 제공하는 VPN을 통해 구글 검색을 '10분에 1회 수준'으로 자주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규제 조치에 대해 "이곳에서는 모두 똑같이 VPN을 사용하여 왔다. 다른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버리면 경쟁력이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괴로운 상황을 토로했다.

미국에 거점을 둔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NGO 단체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중국 당국의 대처에 대해서 "인터넷의 자유에 대한 세계 최악의 학대자"라고 단정하며, "다른 세계와 이어지는 경로에 간섭하는 것은 엄청난 불만과 불안정성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에서 화학을 연구하는 존 장(John Zhang) 교수도 "항상 대학이 제공하는 VPN을 이용해 왔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 "나의 활동에 대한 영향은 연구 분야에서 중대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술 연구 분야에서 구글 검색의 존재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필수품과 같은 것으로 구글을 대체할 정확성과 빠른 속도를 갖춘 엔진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대학 교수들 또한 "바이두는 연구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적 수준에 맞서 싸우기 위한 학술 연구 분야에서 정보를 입수할 수단을 남기지 않는 한 중국의 학술 연구 분야는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 악화'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짐으로써 중국에서 연구를 하고자 하는 해외 연구자의 중국행 동기를 낮추게 되며, 중국 국내의 연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도 일기 시작했다.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일수록 최신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찾아 해외로 나가려는 사태, 즉 '두뇌 유출'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수한 과학자를 배출해온 중국의 과학력은 인정할만하지만, 인터넷으로 정보가 순식간에 떠도는 현실에서 그 경로를 차단하는 행위는 큰 악영향을 초래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VPN을 규제함으로써 정보를 통제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반면, 이런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중국 당국이 어떤 대책을 강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러시아에서도 VPN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중국과 같은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