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드펜션과 누드비치의 차이점

기사입력 : 2017-07-27 16:20 (최종수정 2017-08-0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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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부 백승재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출근길, 앞집에 사는 젊은 부부가 나체로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지중해에 위치한 누드비치에서 그 부부를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를 할 것이다. 두 상황의 차이는 장소다.

충북 제천의 한 시골마을에 들어선 일명 ‘누드펜션’이 주민들 사이에서 골치다. 자연주의를 표방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펜션 마당에 나와 배드민턴을 치고 뛰어다닌단다. 산나물을 캐러 올라갔던 할아버지는 이 광경을 보고 ‘내가 죽어서 아담과 이브가 있었다는 에덴에 온 건가’ 생각하며 눈을 비볐을지 모른다.

누드펜션 동호회는 사유지라 문제될 게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한다. 그리고 누드비치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드펜션과 누드비치는 엄연히 다르다.

유럽 휴양지를 중심으로 발달한 누드비치에서는 나체로 돌아다녀도 안전이 보장된다. 입장객에게는 나체로 돌아다닐 자유와 권리가 주어진다. 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내부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으며 외부로부터 이들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한 울타리가 있다. 사회적 약속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세이프티 존(Safety Zone)’이다.

누드펜션은 동호회의 주장처럼 사유지다. 물론 사유지 내에서의 자유와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사회가 보장하는 것은 이들이 사유지 안에서의 권리지, 몰카 같은 밖에서 기인하는 문제로부터 지켜주진 못한다. 사회적 울타리가 없다는 것, 이것이 누드펜션과 누드비치의 큰 차이다.

누드비치의 울타리는 입장객들만 지키기 위한 게 아니다. 누드비치 밖에 있는 이들의 ‘보지 않을 권리’도 함께 지켜주고 있다. 누드펜션에 없는 사회적 울타리 때문에 주민들은 ‘보지 않을 권리’를 침해받은 거다.

지난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도 누드비치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지자체들을 통해 나왔다. 하지만 번번히 시민들의 반발에 무산됐다. 아직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셈이다. 누드펜션 역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전엔 서로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갈등요소일 뿐이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 백승재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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