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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고리 공론화, 한수원에게 기회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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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고리 공론화, 한수원에게 기회인 이유

산업부 오소영 기자
산업부 오소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펑~’하는 굉음과 함께 원자로 건물 돔 상부가 폭발한다. 날아간 파편들이 순식간에 건물과 자동차를 뒤엎는다. 멀쩡했던 건물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그 잔해가 바닥을 뒤덮는다.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영화 <판도라>가 그린 원전 폭발 사고의 모습이다.

영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개봉 시점이 때마침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직후여서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돼 있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경주와 후쿠시마를 동시에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영화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를 발표한다. 요약하자면 압력이 높아져도 영화처럼 돔 상부가 폭발하지 않고, 국내 원전과 동일한 가압로경수로인 미국 TMI 원전도 노심융용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했다는 이야기다.

최근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한 자료를 다시 블로그에 공개했다. ‘원전은 정말 불안전한 걸까요?’라는 제목의 카드뉴스에는 지진이 직접적으로 원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다양한 안전장치가 갖춰졌다는 점이 부각됐다.

한수원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판도라>의 섬뜩한 경고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통한다. 단지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나 훌륭한 연출 때문만은 아니다.

한수원이 ‘카드뉴스’까지 만들며 그토록 얻고 싶었던 안전성에 대한 신뢰는 한수원 스스로 저버렸다. 한수원은 2013년 잇따른 납품 비리 사건으로 전·현직 임직원 100여명이 기소돼 ‘원전 비리백화점’이라는 원성을 샀다. 2012년에는 직원의 조작 실수로 세 차례나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이쯤되면 한수원이 안전성을 논할 자격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한수원이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영영 없진 않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 작업은 한수원에게 기회다. 탈원전 찬성론자들의 핵심 근거는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이를 납득하지 못하다면 원전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원전 문제가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밀실에서 논의되길 고집한다면 과연 누가 원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있을까.

미국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 사(PG&E)는 디아블로 캐년 원전의 안전성 논란이 수년째 지속되자 환경단체와 노조 등을 초청해 수명연장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과정에서 안전성과 노조, 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법 등이 이야기됐다. 이를 통해 회사는 내부 직원과 국민의 신뢰를 모두 얻었다.
이와 비교할 때 한수원의 태도는 여전히 아쉽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지기 전에 “신고리 원전의 영구 중단은 막겠다”고 선을 그었다. 원전 건설 중단을 막기로 결정한 한수원이 과연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할지 회의적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사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합쳐진 말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론화가 한수원에게 위험 요인일지 기회일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