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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경방, 정말 최저임금 때문에 베트남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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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경방, 정말 최저임금 때문에 베트남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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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 분기별 실적 추이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방직업계가 최저임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방이 최근 최저임금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경방은 인건비와 전기요금 상승 우려로 인해 사업 거점의 일부를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며칠 뒤에는 같은 1세대 섬유업체인 전방이 전국 6개 사업장 중 3곳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섬유업계의 잇단 베트남 이전 결정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경방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석연찮은 점이 많다. 경방은 2008년 당시 392억원을 들여 베트남에 '경방베트남'이라는 완전자회사(지분 100% 보유)를 설립했다. 또한 2013년에 제1공장, 2015년에는 제2공장을 설립했다.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이미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힘들다는 섬유사업부의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별도 기준으로 경방 섬유사업부의 1분기 매출액은 34억7904만원이다. 영업손실은 4억2005만6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말과 비교해 매출액은 소폭 줄었고(-16억513만5000원) 영업손실은 20억9744만2000원 감소했다.

경방의 100% 자회사인 경방베트남(KYUNGBANG VIETNAM)은 지난 1분기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방베트남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당기순손실 47억7152만5000원, 38억6689만9000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는 3억5381만7000원으로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진출 이후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던 회사가 차츰 손실을 줄여가다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한 모양새다.

매출액 또한 지난해 4분기 129억2276만2000원에서 올 1분기에 158억4602만9000원으로 22.62%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경방의 경우 최저임금과는 별개로 베트남 진출의 가속화 가능성이 보인다. 국내의 경우 수익이 더디게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돈이 벌리기 시작한 해외법인 쪽에 힘을 실어주려 시도할 개연성이 높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경방의 재무제표를 검토해본 결과 지난해 기준 매출 2593억원에 원가 2124억원, 당기순이익 294억원으로 최근 계속해서 이익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섬유사업관련 직원수는 412명, 전체 연봉평균 3262만원으로 전체 급여총액은 134억4000만원(섬유사업기준)인데, 전 직원 모두 16.4% 임금을 올려준다고 가정하면 22억원의 비용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무제표상으로 임금을 올려줘도 전체 이익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또한 공장 이전에 200억원이나 든다고 치면 단순히 연간 최대 22억원의 비용이 부담돼서 공장을 이전한다고 얘기하는 경영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게임업체인 웹젠을 창업한 기업인 출신이다. ‘실전’을 겪어봤기에 기업과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방적업 노동자 임금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5년 발간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방적 및 가공사 업종의 제조비용에서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71%다. 이는 제조업(중소기업) 평균 10.94%보다 낮다.

결론적으로 처음부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며 국내에서의 규모를 줄이려 했던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 재무비율


경방 투자지표
경방 투자지표
경방의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대체로 견조하다.

안정성은 좋은 편이다. 매출액 증가세는 부진한 편이지만 영업이익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급격히 증가해 눈길을 끈다. 수익성은 견조하다.

경방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1분기 말 기준으로 74%다.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유동성은 크다. 일반적으로는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라 본다. 유동비율 자체는 높지 않으나 재무제표의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92.6%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부채는 6301억원이며 자본총계는 6805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00%를 밑돌수록 좋다.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6.8배다. 영업이익(119억원)이 이자비용(18억원)보다 월등히 많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금융비용을 충분히 지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동자산(857억원)보다 비유동자산(1조1558억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유형자산이 3121억원인데 투자부동산이 8517억원으로 배 이상 많다.

성장성 비율을 보면 매출액 증가율은 0.7%에 불과하나, 영업이익 증가율 64.9%를 기록해 눈에 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전년 동기(72억원) 대비 64.9% 늘었다. 베트남법인이 흑자전환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99.9%에 달한다. EPS는 1주당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증가율이 높을수록 통상적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가치는 올라간다.

이 회사의 수익성은 매우 좋은 편이다. 매출로부터 얻는 이익의 비율을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GPM)은 30.8%에 달한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21%다. 이 회사의 발표 이후 공장 폐쇄 및 감원을 결정했다고 밝힌 전방(4.6%)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1.9%다.

■ 기업개요와 지분분석


경방 주주 구성
경방 주주 구성
경방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9년 설립된 경성방직 주식회사를 그 모태로 한다.

섬유산업의 기초 원자재를 공급하는 면방직 회사다. 면방직은 본래는 노동집약적 사업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인력난과 저개발 국가로부터의 값싼 제품 수입으로 인해 환경이 변한 상태다. 기술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과 특화 제품 생산으로 수익성 및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현재 한국 면방직 기업의 노무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다만 경방의 수익은 섬유사업부보다는 임대 및 백화점 사업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분기 섬유사업부의 영업이익은 7억6404만원이지만 임대 및 백화점 사업부는 111억7811만8000원이다.

경방은의 역사는 한국 근대사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경성방직은 당시 동아일보 창업주인 인촌 김성수가 주식 2만주를 발행하고 1인 1주 운동을 벌여 세운 회사다. 사실상 일제강점기 시대에 국민주로 만들어졌다.

초대 사장은 영혜옹주의 부마이자 갑신정변의 주역이고 친일 반민족행위자 704인 명단에 포함된 박영효다.

2대 사장은 삼양사의 창업주이자 인촌의 동생인 수당 김연수다. 그는 광복 직후 친일파로 지목됐으나 반민특위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후 “설사 내가 지녔던 일제치하의 모든 공직이나 명예직이 스스로 원했던 것이 아니고 위협과 강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일단 그런 직함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국과 민족 앞에 송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4대 사장인 김용완은 인촌의 막내여동생인 김점효와 결혼한 광산 김용완이다. 김용완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6번이나 역임했으며 재계의 지도자격 위치에 있었다. 김용완의 장남인 김각중은 1975년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1999년에 전경련 회장에 취임해 부자 전경련 회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경방의 최대주주는 김각중 전 회장의 차남인 김담 대표이사 사장으로 지분율은 20.98%다. 형인 김준 대표이사 회장은 13.44%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총 57.47%에 달한다. 창업주와 2대 사장과의 인연으로 삼양홀딩스와 동아일보가 지분을 각각 10.35%, 6.59% 보유하고 있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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