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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미래 위해 엘리엇 대항… “악랄한 벌처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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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미래 위해 엘리엇 대항… “악랄한 벌처펀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사진=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사진=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개입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한다. 삼성의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엘리엇의 개입을 막기 위해 대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2일 본인의 50차 공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증언대에 올라 신문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엘리엇이 반대표를 행사하자 양사합병을 처음부터 검토해보자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제안했다. 그는 미국에서 IT업계 파트너사 등으로부터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경영방해 과정을 상세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파트너사들로부터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회사에 관여하면 단기성과를 올리기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를 뒤흔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특히 엘리엇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악랄한 벌처 펀드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 본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임직원들이 본 업무를 못하는 것에 대해 시간이 아깝다고 판단했다”며 “이로 인해 최지성 부회장에게 검토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벌처펀드란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을 싼값에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비싼 값으로 되팔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집단을 뜻한다.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의 사업경험을 살려 엘리엇의 경영방해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양사 합병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본인의 주요업무에 관해서도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소속으로 90~95%는 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에 직접 관여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등에 나선 것은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대표로 참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5년 6월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한 진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업인이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삼성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를 숙였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제기한 ‘집단경영체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김종중 전 사장 등 4명이 회의를 통해 삼성의 현안을 결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단언컨대 이들이 모여 회의를 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업무영역이 달라 4명이 모일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