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소국 연합 회원국은 10개국으로 늘어났고 6억3000만명이라는 거대 경제권으로 성장하며 아시아 외교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아세안의 투자 잠재력 확대로 국제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졌다며 오는 2020년 세계 5위권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등으로 인해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많은 나라가 중국색에 물들고 있다”며 G2(주요 2개국)의 변화가 아세안의 미래를 바꾸며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P는 “미·중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필리핀 등 중국과 밀착하는 회원국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을 비롯해 태국·말레이시아·라오스·캄보디아 등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펼치는 중국에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50년간 APT·EAS·ARF 등 구축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 등 5개국을 중심으로 설립을 선언한 아세안은 이후 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 1999년 캄보디아가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현재의 10개국 체제를 갖췄다.
출범 당시 태국을 제외한 4개국은 미국과 유럽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토문제 등을 안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의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아세안을 설립한 후 1976년 경제협력 선언을 통해 외국계 기업 유치에 나섰고 해외 생산·수출을 늘리고 공업화를 추진, 중국을 대체하는 강력한 제조업 기지로 부상했다.
1992년에는 관세를 5% 이내로 낮추고 15년 내에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ASEAN Free Trade Area)를 만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출범 30주년을 맞아 한국·중국·일본 3개국 정상을 초청하면서 ‘아세안+3’(APT·ASEAN Plus Three)라는 협동 포럼이 시작됐고 미국·러시아 정상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East Asia Summit)도 2005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지난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ASEAN Regional Forum)도 북핵·남중국해·테러・극단주의 대응 등 주요 지역 및 국제 안보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포괄적인 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국이 아니라도 마음먹고 힘을 합치면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