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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월호 사고 오버랩 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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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월호 사고 오버랩 롯데월드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세월호 침몰 사고는 온 국민이 몸으로 울고 가슴에 묻은 안타까운 사고였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지 3주년이 됐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도 인양에 성공했다. 현재 세월호는 목포항 근처에서 미수습자를 위한 막바지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안전불감증과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 생긴 불운의 사고는 우리 사회에 '안전'이라는 문구를 아로새기는 계기가 됐다. 예전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이제는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너나할 것 없이 동참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적어도 인재(人災)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시국이 그렇다. 사람이 하는 일에서 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고된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세월호 사고 후 더욱더 절실해졌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안 고치기 일쑤였다.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이유였다. 그래서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 이제 상식이다. 여전한 것은 그 상식마저도 지키지 않거나, 쉬쉬하다가 더 큰 일을 치르는데 있다.
휴가철을 맞아 놀이공원은 매일 인파로 북새통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니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책임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화재나 놀이기구의 고장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늘 끊임없이 그 주변에 도사린다. 특히 얼마 전 미국 오하이오 주(州) 콜럼버스의 한 놀이동산에서 파이어볼이 부식으로 인해 운행 중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처럼 황망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미국에서만 22명에 달한다.(미국 소비자위원회)

파이어볼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도 놀이기구 안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매한가지다. 우리나라라고 안전하리라는 법이 없어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국 파이어볼 사고가 있은 후 채 며칠이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놀이동산의 안전사고가 이용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해 말 도입한 롯데월드 플라이벤처가 말썽을 부린 것이다. 플라이벤처는 5분정도의 간격으로 타는 놀이기구인데, 가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바닥이 사라지고,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에 닿을 듯 바다 위를 활공하고 구름을 뚫고 지나가면서 물보라를 맞기도 한다. 어드벤처 놀이기구여서 인기도 높다. 사고 당일(5일)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안고 플라이벤처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사고가 터졌다. 승객을 태운 플라이벤처가 그만 공중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건데, 탑승객들은 무려 3시간 동안 공중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이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한 이는 없다. 다만 승객들은 공중에서 3시간동안 플라이벤처에 잡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고객들이 3시간 씩이나 공중에 매달려 있을 동안 롯데월드 측은 뭘 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7시간 동안 뭘 했을까와 같은 말로 오버랩(overlap)된다.

롯데월드 측은 사고 발생 후 몇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플라이벤처에 타 있던 승객이 119에 전화해 승객들이 구조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해경의 구조를 기다렸던 세월호 탑승객들은 배가 침몰하자, 배 입구에 나와 있던 동승객에게 구조된 꼴과 똑같다. 정작 해경은 세월호 탑승객을 단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롯데월드도 마찬가지다.

이 난리에 롯데월드 측은 해당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머리 숙여 사과해야할 일이지만, 승객의 안위는 뒤로 한 채 입막음부터 했다. ‘매직패스’ 일명 우선 탑승권 주겠다고 콩고물을 흘렸다. 고객들은 사고 놀이기구를 또 타고 싶어할까? 교통사고 났는데, 가해자가 "보험처리하죠?" 하는 꼴이다.

천박하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