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버핏 박철상의 몰락…진실은 때론 가혹하다

기사입력 : 2017-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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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청년버핏’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젊은 나이에 투자를 통해 10년간 400억원을 벌었으며, 지금까지 번 돈을 수십년간 모두 기부하겠다며 나선 한 지방대생이 있다. 청년버핏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박철상씨다. 기부왕이었던 그가 한순간 허언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박씨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자신이 다니던 경북대에 1억원을 기탁한 것이다. 당시 그는 기탁금에 대해 투자해서 얻은 수익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써달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장학금을 신설해 수억원의 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부활동이 진행되며 청년버핏이라는 칭호가 알려졌다. 청년버핏은 젊은 나이에 투자로 수백억원의 돈을 번데다 기부왕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칭송받는 선인의 자리에 올랐다.

박씨는 한국사회공헌재단에 의해 '2016 대한민국 사회공헌 영웅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같이 선정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현역시절 아시아 넘버원이라는 소리마저 들었던 박지성 선수나 세계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인 영원한 피겨여왕 김연아, 수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고은 시인,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최신원 SKC 회장, 함태호 고(故)오뚜기 명예회장 등 사회적으로 명사들이 다수다. 이들 가운데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청년이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심지어 국내를 넘어 포브스가 13개 국가에서 단 40명만 뽑는 '2016 아시아 기부영웅'에도 선정됐다.

투자금을 다양한 곳에 기부하고 여러 특강에 연사로 나섰으며 각종 수상을 쓸어 담던 그가 몰락하게 된 계기는 한 주식 전문가의 '저격' 때문이다.

지난 3일 신준경 스탁포인트 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씨에게 실제로 400억원을 벌었다면, 계좌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대신 400억원을 확인하면 1억원을 박씨가 원하는 단체에 일시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신씨는 최우혁 동부증권 차장 등과 함께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희진을 저격해 그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그간 여러곳에서 박씨에 대한 의혹은 제기됐다. 많은 투자가들은 그가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해왔는지 궁금해했다.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8일 새벽 1시57분, 상황은 종료됐다.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가 박씨와 통화한 뒤 일부 내용을 카페에 올렸다. 너무나 슬프고, 속칭 멘붕에 빠져 있다는, 그가 올린 글로 인해 모든 것이 밝혀졌다. 10년간 투자로 일군 수백억원의 자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알려진 거의 대부분의 일화는 사실이 아니었다.

저격자 신씨는 페이스북에 “참 착찹하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저격은 은퇴한다”며 “그 청년(박씨)은 본질이 나쁜 사람은 아니며 그냥 약간의 허언증이 있는데 사회가 그를 영웅으로 만들면서 본인이 심취해버린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감춰졌던 사실이 드러난 날 실시간 검색어에는 하루 종일 ‘박철상’과 ‘신준경’이 올라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앞다퉈 이들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오랜 기간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풀리지 않았던 난제가 하나 해결됐다. 거짓이 물러가고 진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신씨의 말처럼 착찹함만이 남는다.

진실은 때론 가혹하기 때문일까.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 유병철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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