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은 언제나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기쁨과 애환을 함께 주고 있다.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위하여 공업화와 탈산업화시대와 정보화를 거치는 동안 많은 고비를 거쳤다. 국제협약과정에서 일방적인 피해와 함께 국민소득과 먹거리가 급변하면서 농촌과 쌀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또한 작금의 가축전염병은 축산농장과 소•돼지 등의 이동이 금지되고, 예측하기 힘든 기상변화로 인해 가뭄과 폭우는 농업 생산과 농작물의 ‘지역별 주산지’ 개념이 없어지면서 농가 기술변화와 시설투자, 소비지가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등 농촌전체가 비상이 걸려 있다.
우리나라 농촌은 문민정부 이후 다양한 유통•가공부문에 정부지원의 폭이 확대되면서 농업부문의 산지구조개선과 유통합리화사업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창조농업’ ‘ICT 융•복합농업’ ‘스마트농업’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고령화와 추곡수매문제 등 한국농촌의 시행착오와 기본과제는 그대로 쌓여만 간다. 특히 쌀 재배면적이 증가되고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국민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라 소비는 감소하여 수급불균형 상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식(主食)인 쌀에 대하여 올바르게 접근하는 것은 국민 건강과 복지, 국가경제차원에서도 중요한 논의다.
한국 농정에서 쌀의 가치문제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농업의 발전보다는 수출주도형 산업에서 저임금 노동력과 자본재의 구매를 위한 외화 절감차원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질적인 삶의 변화와 더불어 산업구조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쌀 산업도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으며, 감춰진 속살들이 하나씩 노출되고 있다. 현재 우리 쌀값은 국제 시세보다 약 4배 이상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 물론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임시방편은 농촌경제를 살리려는 대책보다는 우리 농민들의 자생력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협중앙회가 농심과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비판여론이 많다. 농협의 존재가치는 커지는 반면, 일부 부농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농민들이 갈수록 어렵기 때문이다. 농협경영의 틀은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지원보다는 금리장사와 ‘돈 장사를 한다’는 오해와 정부지원 손실과 전산망관리 미숙 등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은 정부 과장이 중앙회 간부를 함부로 호출하고 국장이 퇴직하면 상무로 자리를 옮기던 과거시절이 생각나면서, 올해는 경제지주가 출범하는 원년이지만 농협의 변화가 농촌의 구조적인 변화까지 이끌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의 평균 농지보유 면적은 1.5㏊에 불과한 상황에서 효율적 농지관리, 노동효율성 증대, 생산원가 절감, 우수품종 개발, 친환경•의료•복지시설 확충 등 많은 난제들이 있다. 따라서 우수한 쌀 식품 개발과 쌀 소비촉진은 물론, 투명한 유통단계, 브랜드관리가 중요하다. 한국농업이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생명체산업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생산•가공•유통•무역이 결합된 종합 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농업을 생명체 산업으로 인식하면서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소비자 중심 시장기능과 종합적인 국토관리차원에서 정책이 변화되어야 한다.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