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가 있는 송정해변으로 건너와 한 커피숍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는 말도 통한다. 휴가철 끝의 태양 아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연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인연은 사연을 만든다. 공동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쉬지 않고 새처럼 지저귀었다. 항로를 정하지 않은 새들의 비행처럼 우리의 말은 자유로웠다.
미포(尾浦)로 이동해 회를 시켜 술을 마셨다. 낮게 내려온 먹구름들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 위태로워 보였다. 올 여름 가장 시원한 바람이 코앞의 바다에서 떼를 지어 달려들었다. 바닷바람을 맞은 회는 싱싱해서 씹기에 좋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회와 즐기는 술은 보약처럼 기분 좋게 썼다. 횟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는지 먹구름은 풀어져 노을에 물든 하늘을 내보였다.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시간의 날개는 앞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는 바다가 그립다. 땅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며 땅에서 이루지 못하는 일들로 가슴 속에서 파도가 일렁일 때 사람들은 땅이 끝나는 곳으로 달려간다. 여름은 그리움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 몸이 뜨거운 청춘들은 부산의 바다에서 불꽃을 쏘아 올렸고 둥글게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밤바람에 이끌리듯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가는 여름의 끝을 아쉬워했다. 도로에서 차의 행렬은 끊어지지 않았다. 바닷물과 고운 모래로 발바닥 가득한 열기를 식히고 방파제 앞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면서 우리도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늘어졌다. 바다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다시 바다가 그리울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선배는 다음날 아침에도 일찍 숙소로 찾아왔다. 바다가 내려다뵈는 대구탕 집에서 해장을 했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페이스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며 놀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선배는 방송을 지켜보는 몇몇 사람들에게 알 자로(Al Jarreau)의 유어 송(Your Song)을 띄워 주었다. 차창 밖 풍경 위로 노래가 흘러 다녔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사람들의 땅마다 가을은 야음을 틈타 재빨리 상륙 중이다. 바다를 찾았던 사람들의 발길은 잠시 멈추고 그리움은 산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동안 매년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되풀이 되었고 되풀이 될 그리움의 순환이다. 사람들이 산으로 삼삼오오 몰려갈 때에도 나와 후배는 이 여름바다를 잊지 않기로 했다.
그리움의 안쪽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