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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호의 일상향(日常向)] 그리움의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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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호의 일상향(日常向)] 그리움의 안쪽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부산에 다녀왔다. 토요일 이른 아침, 후배와 함께 날아간 김해공항에는 선배가 마중 나와 있었다. 반가운 해후, 선배의 차를 타고 곧장 이름난 돼지국밥집으로 이동해 반주를 곁들여 허기를 해결했다. 고슬고슬한 쌀밥과 정갈한 반찬이 진한 국물 맛을 깊게 했고,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주말 한낮의 소주를 나누는 사람들의 미소가 술맛을 달게 했다.

숙소가 있는 송정해변으로 건너와 한 커피숍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는 말도 통한다. 휴가철 끝의 태양 아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연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인연은 사연을 만든다. 공동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쉬지 않고 새처럼 지저귀었다. 항로를 정하지 않은 새들의 비행처럼 우리의 말은 자유로웠다.
송정해변 옆으로 야트막한 섬처럼 떠 있는 죽도공원(竹島公園)에는 바람이 몰려와 쉬고 있었다. 산책로를 걷다가 가끔씩 먼 바다에 눈길을 건네면서 우리는 세차게 옷을 펄럭이는 바닷바람에 땀을 식혔다. 3시, 체크인 후 숙소에 가방을 던져 넣고 우리가 찾은 곳은 수영만 요트 계류장. 선배와 절친한 선주의 요트에 올랐다. 전 재산을 정리해 요트를 장만하고 요트를 집 삼아 살면서 일본을 넘나들고 마술을 배워 공연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답답할 때 요트에 올라 한 바퀴 돌면 시름이 사라진다고 선배는 말했다. 요트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도 그의 덕에 가끔 가슴을 비우는 사람도 다시 그의 덕에 한때를 즐기는 나와 후배도,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고 산다. 또 신세를 졌다.

미포(尾浦)로 이동해 회를 시켜 술을 마셨다. 낮게 내려온 먹구름들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 위태로워 보였다. 올 여름 가장 시원한 바람이 코앞의 바다에서 떼를 지어 달려들었다. 바닷바람을 맞은 회는 싱싱해서 씹기에 좋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회와 즐기는 술은 보약처럼 기분 좋게 썼다. 횟집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는지 먹구름은 풀어져 노을에 물든 하늘을 내보였다.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시간의 날개는 앞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지 않은 곳에서는 바다가 그립다. 땅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며 땅에서 이루지 못하는 일들로 가슴 속에서 파도가 일렁일 때 사람들은 땅이 끝나는 곳으로 달려간다. 여름은 그리움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 몸이 뜨거운 청춘들은 부산의 바다에서 불꽃을 쏘아 올렸고 둥글게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밤바람에 이끌리듯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가는 여름의 끝을 아쉬워했다. 도로에서 차의 행렬은 끊어지지 않았다. 바닷물과 고운 모래로 발바닥 가득한 열기를 식히고 방파제 앞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면서 우리도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늘어졌다. 바다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다시 바다가 그리울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선배는 다음날 아침에도 일찍 숙소로 찾아왔다. 바다가 내려다뵈는 대구탕 집에서 해장을 했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페이스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며 놀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선배는 방송을 지켜보는 몇몇 사람들에게 알 자로(Al Jarreau)의 유어 송(Your Song)을 띄워 주었다. 차창 밖 풍경 위로 노래가 흘러 다녔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사람들의 땅마다 가을은 야음을 틈타 재빨리 상륙 중이다. 바다를 찾았던 사람들의 발길은 잠시 멈추고 그리움은 산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동안 매년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되풀이 되었고 되풀이 될 그리움의 순환이다. 사람들이 산으로 삼삼오오 몰려갈 때에도 나와 후배는 이 여름바다를 잊지 않기로 했다.

그리움의 안쪽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