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장은의 재즈다이어리(17)]날씨와 재즈 페스티벌의 상관 관계…대구국제재즈축제·자라섬 재즈페스티벌

기사입력 : 2017-08-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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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재즈페스티벌 공연 현황. 사진=배장은 재즈피아니스트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김성은 기자]
올 여름도 유난히 더웠다. 더위가 정점을 찍고 입추가 지났건만 매일 이른 아침 매미가 모기장에 붙어 잠을 깨웠다. 비몽사몽 일어나 모기장을 탁 쳐서 매미를 보낸다. 다시 돌아와 누우니 이번엔 다른 녀석이 붙었다. 그렇게 매미를 쫒아 보내며 일어난 더운 여름이었는데 오늘 새벽은 찬기가 들어 슬그머니 이불을 덮어 봤다.

오늘 아침엔 매미가 오지 않았다. 다만 저 멀리에서 매미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여름 내내 울부짖던 매미들도 곧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곧 귀뚜라미 소리를 기대하게 한다. 곧 가을이 오고 또 그렇게 시간이 가겠지.

우연찮게 거의 매년 참석하는 '대구국제재즈축제(DIJF)'가 올해는 9월에 개최된다. 이는 매우 감사한 일로 매년 8월 찜통더위에 진행된 야외 공연은 그야 말로 습식 사우나였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언제나 따뜻하기에 난 부르심을 받으면 언제나 달려간다. 작년인가 제 작년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첫 곡을 시작하였는데 하늘이 진노한 듯 우르릉 쾅쾅 하더니 빗줄기가 엄청나게 거세지면서 급기야 퍼붓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의 신곡(미발표곡) "메카드 블루스 포 에반(Mecard Blues for Evan)"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고자 한다.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인 터닝 메카드의 에반이 한창 품귀현상을 이룰 때, 서울시내 마트란 마트는 다 전화해서 고급정보를 하나 알아냈다. 어느 마트에서 오전 9시에 판매를 시작한다는 소리에 8시 반까지 달려갔지만 대기번호 283번을 받았다. 나는 대한민국 모든 부모님들에게 경외심을 느낀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맞다.

내가 에반을 기다리다 지쳐 쓴 곡이 바로 "메카드 블루스 포 에반"이다. 보통 흔한 12마디의 블루스 진행이 식상해서 2마디를 추가했다. 멜로디는 단순하지만 후반부에 옥타브를 주행하며 어지럽히는 3연음의 반복, ‘어우~~~기다려? 그냥 가?’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다시 폭우가 내리던 대구국제재즈축제로 돌아가자. 갑작스런 폭우로 연주를 멈춰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면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관객들이 하얀색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우리의 공연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 폭우에 떠내려가도 나는 연주하리라!' 감명을 받은 나는 힘차게 연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빗줄기와 함께 모니터 앰프에서 전류가 지지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 죽을 수는 없으니까 얼른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공연을 중단하고 황급히 관객들을 대피 시켰다.

문제는 호수무대로 거친 폭우에 악기를 지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밴드 멤버들은 스태프를 도와 악기를 챙기고 피아노를 덮고 앰프와 키보드를 천막 안으로 피신시켰는데 폭우가 너무 세서 천막이 날아갈 정도였다. 우리는 천막을 지탱하는 막대기를 붙잡고 천막이 날아가지 않게 안간힘을 썼다. 무대 위의 피아노는 비닐 종류의 커버로 덮어져 있었지만 샤워기 밑에 둔 것처럼 젖는 모습을 보니 '좋은 피아노였는데 고치기도 어렵겠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올해는 9월 중순(9월 11~16일)에 힙합 가수들과 메인 무대에 선다. 선선한 가을이라 지난해보다 고생이 덜 할 것 같긴 하지만,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니 일단 조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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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장은 재즈피아니스트 제공

비바람이 몰아쳐도 진행한 잊을 수 없는 공연이 하나 더 있다. 야외 공연은 많은 변수가 있어서 가평 자라섬의 메인 무대도 안심할 수 없다. 지금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메인 무대는 견고한 예술적 건축물이다. 하지만 2007년 내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처음 섰던 자라섬의 메인 무대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다.

당시 우리 밴드는 첫 번째 공연 주자로 맨 마지막에 사운드 체크를 했다. 화창한 날씨에 공연시작 할 때도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한 두 곡을 연주하고 나니 빗줄기가 일렉트릭 키보드에 떨어졌다. 우리 밴드가 연주하는 도중 스태프들과 제작진은 황급히 간이 대형 천막을 무대에 설치했다.

스태프들이 천막 기둥을 붙잡은 상태로 우리는 공연을 이어갔다. 나와 밴드멤버들은 최선을 다해 멋진 연주를 했다. 공연을 잘 마치고 관객들로부터 앵콜을 받아 앵콜곡을 연주하는데 그때까지 천막 기둥을 붙잡고 앉아서 졸고 있는 스태프 한 명을 봤다. 그는 거의 한 시간을 그 자세로 계셨던 거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간이 천막을 거두고 튼튼한 천막으로 다시 세운 뒤 그날의 나머지 공연은 모두 화려하고 멋지게 마무리 되었다.


김성은 기자 jade.kim@g-enews.com 김성은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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