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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살충제 달걀 파동… 대형마트 3사 가보니 시민도 상인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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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살충제 달걀 파동… 대형마트 3사 가보니 시민도 상인도 ‘한숨’

대형마트서 사라진 달걀, 소비자 “안전한 게 뭐나” 혼란
유통업계 “AI 지나가니 이번엔 살충제 달걀”…이례적 상황에 긴장

국내산 계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5일 오후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달걀코너 앞은 한산했다. 매장에는 '정부의 달걀 안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걀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안내문만이 고객을 반겼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국내산 계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5일 오후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달걀코너 앞은 한산했다. 매장에는 '정부의 달걀 안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걀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안내문만이 고객을 반겼다. 사진=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수입산 달걀도 없나요? 달걀을 꼭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어쩌지…”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5일 오후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달걀 코너 앞은 한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판매됐던 달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햇반과 가공식품이 진열됐다. ‘살충제 성분 검출 농장은 당사와 관계가 없지만, 정부의 달걀 안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걀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안내문만 고객을 반겼다. 점원 A씨는 “오전에 달걀을 전부 수거해갔다. 오늘만 달걀이 있는지 묻는 사람들만 수십 명째”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서 사라진 달걀, 소비자 “안전한 게 뭐냐” 혼란


지난 15일 오후 대형마트 3사(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를 둘러본 결과 달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 살배기 아들과 롯데마트를 방문한 주부 이모씨(32·서울)는 “살충제 달걀 판매 소식은 들었는데, 막상 달걀을 판매하지 않으니 장 볼 게 없다. 가뜩이나 물가도 비싼데…”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같은 시간 홈플러스 잠실점 역시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 달걀 코너에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모든 달걀의 잔류 농약 검사를 하고 있다. 전수 검사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열할 예정이다’라는 알림내용만 있었다. 이마트 천호점 역시 달걀을 판매하지 않는 대신 ‘달걀 협력 농장은 대규모 농장으로 피프로닐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협력 농장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시민들은 ‘살충제 달걀’ 소식을 접하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날 가족과 장을 보러 나온 김모씨(52)는 “달걀도 안심하고 못 먹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는 처지에서 먹는 음식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AI 때도 그렇고 먹거리 공포가 확산될 때마다 ‘도대체 안전한 게 뭐냐’는 의구심까지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걀을 많이 사용하는 김밥집이나 분식점 등 소규모 식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잠실역 인근 식당가 주인 김모씨(48·경기)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김밥부터 볶음밥에 들어가는 후라이까지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지금 있는 달걀은 지난 주에 들어와 일단 팔고는 있는데 장사하기가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 “AI 지나가니 또…” 이례적 상황에 긴장


전국에 400여 개의 점포를 둔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를 비롯한 롯데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계는 지난 15일 오전 일제히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전국에 400여 개의 점포를 둔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를 비롯한 롯데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계는 지난 15일 오전 일제히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한지명 기자

전국에 400여 개의 점포를 둔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는 15일 오전 일제히 달걀 판매를 중단했다. 마트업계는 전날부터 달걀은 물론 달걀을 사용한 조리식품, 달걀을 주성분으로 한 가공식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업체들은 회수한 달걀을 점포 창고와 물류센터 등에 보관하고 있다.

살충제 달걀 충격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번졌다. 이마트와 함께 판매를 중단한 이마트몰은 물론 11번가, 쿠팡, 위메프 등도 달걀을 팔지 않기로 했다.

16일 현재 일부 유통 업체들은 달걀 판매를 재개했다. GS리테일은 이레팜과산청양계, 세양 등 GS25와 GS수퍼마켓에 달걀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정부 검사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농협유통 역시 16일 오후부터 달걀 판매를 시작한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합격한 농가의 달걀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살충제 달걀 이슈가 장기화 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수급 차질로 일시적인 원료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 또 소비자 사이에 먹거리 공포가 확산돼 달걀 판매량도 줄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달걀 껍데기에 인쇄된 숫자로 출하 지역을 확인하는 방법이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달걀 판매가 중지된 것은 전무후무하다. 몇몇 농가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또다시 달걀 대란을 겪고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가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 당분간 살충제 달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업계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