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2) 대동강] 반세기 맛을 담은 북한음식 초계국수와 평양냉면

공유
3

[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2) 대동강] 반세기 맛을 담은 북한음식 초계국수와 평양냉면

​​대구를 떠올릴 때 먹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럴때면 필자는 늘 강하게 반박한다. ​곳곳에 숨은 맛집과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강한 곳이 바로 대구라고 강조한다.

요즘 대구의 외식업체들이 전국을 사로잡는다. 차별화 되고 경쟁력 있는 외식트렌드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치맥이다. '치맥의 본고장' 대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류 음식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대구에는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노포음식점들이 많다. 특히 ​여름이 오면 몇몇 음식점들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평양냉면 전문점이 유독 생각이 난다.

이미지 확대보기

지역특성상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대구지만 옛맛을 잘 간직한 오래된 평양냉면집이 몇 군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냉면집으로 기록되어 있는 부산안면옥, 부산안면옥과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대동면옥, 추억의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가 떠오르는 강산면옥이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음식전문점 대동강이 있다.

대동강은 이북에서 피난을 온 할머니가 1965년 2월에 개업한 이래 평양식 재료와 조리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를 이어 벌써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그 맛을 유지하는 곳이다. 필자는 이곳의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북한음식전문점 대동강의 '초계국수'.이미지 확대보기
북한음식전문점 대동강의 '초계국수'.

이미지 확대보기

계절에 따라 먹는 메뉴가 달라진다. 겨울에는 불고기와 평양온반을 즐겨 먹는다. 여름에 오면 항상 찾는 메뉴가 평양냉면과 초계탕이다. 특히 이곳의 초계탕은 그 맛이 빼어나다 할 수 있다.

초계탕의 초계는 식초를 뜻하는 '초(醋)'를 의미한다. 그리고 평안도 사투리로 겨자를 뜻하는 '계'자가 합쳐진 이름이 바로 '초계탕'이다.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겨울에 먹는 별식이라고 한다.

이곳 초계탕은 한여름에 먹으면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겨자와 식초를 넣기 전 국물 맛을 본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목젓을 타고 내려간다. 여기에 겨자와 식초를 넣워서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식초의 새콤한 맛과 겨자의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여름에 잃어버렸던 입맛을 살려주는 것 같다. 초계탕 속에 닭고기와 면의 고소함, 닭무침의 쫄깃한 맛까지 흡잡을 데가 없다.

북한음식전문점 대동강의 '평양냉면'.이미지 확대보기
북한음식전문점 대동강의 '평양냉면'.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곳의 냉면은 단아한 느낌을 준다. 면을 풀기 전에 먼저 입으로 육수를 맛본다. 첫 맛은 다소 밋밋하면서 싱겁다는 생각이 들지만 육수의 맛을 천천히 다시 음미해보면 그 맛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먹을수록 담백하면서 깔끔한 뒷맛이 좋다. 육수를 음미한 뒤 면발을 입안 가득 넣어본다. 메밀면발의 쫀득함이 입안에서 생생히 전달되는 듯하다.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입안 전체로 퍼진다. 특히 면속에 육수가 잘 베인 듯 감칠맛이 배가 된다. 본연의 맛을 잃어버린 자극적인 음식이 넘치는 세대에 산다. 아직까지 옛맛을 간직한 곳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소중한 옛맛이 오래 오래 다음세대에까지 이어지길 소망한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