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을 바라보는 여섯 개의 시선…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기사입력 : 2017-08-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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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살아가면서 정해질 성질이 아닌/ 매로 살아가는 비굴종의 삶/ 비켜 서 있었지만 바람은 불었고 비는 따라왔다/ 구름에 가려져 있을 때에도 여전한 존재감/ 힘든 수련 시대를 거쳐/ 하늘을 차오르는 전사적 삶/ 먹구름 필 때에도 인내로 받아내고 춤을 추었다/ 소나무 껍질로 입혀진 내공의 나이테/ 구름이 비켜나면 더욱 솟아오르는/ 보라매로 살아가는 대공(大空)의 삶

국립무용단 단원이자 훈련장인 장현수. 대극장을 휘젓던 그녀가 소극장 무대에서 관객들과 땀과 호흡을 같이했다. 2017년 8월 18일(금) 8시, 19(토)・20일(일) 4시 무용전용극장 M극장에서 공연된 '청안'은 장현수 스타일의 '한국춤에게 보내는 헌사'이다. 장현수는 춤수련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적 방법론을 중심으로 '춤 구성'의 내공을 보여주는 의미론적 춤 담론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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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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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여유적 주제 '선한 마음으로 세상 바라보기' 속에 담긴 여섯 춤은 한국 춤의 일상적 풍경에서 찾아낸 미학적 상부구조를 보여준다. 춤에 대한 흥미는 간(間) 음악(소리), 소제(小題)와 춤과의 연관성에서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아픔을 안고 가겠다는 듯 장현수의 잿빛 의상은 집중을 유도한다. 일상적 욕심을 내려놓고 춤에 대한 의지와 각오를 밝힌 춤은 빛을 발한다.

'심안'(心眼), '정화'(淨化), '기'(氣), '진동'(震動), '영혼'(靈魂), '심무'(心舞)로 명명한 여섯 갈래의 춤은 각각 '승무', '부채춤', '살풀이 춤', '장고춤', '무속춤', '사랑가'를 수용한다. 밋밋한평상어 제목에 대한 친밀한 느낌은 우리춤에 대한 스키마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백색 플로어에 까만 벽에 걸린 저고리, 별, 나비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살아온 삶을 상징한다.

여백 없이 들어 찬 음악은 ‘승무’: 해야해야(토속민요), 긴아리(단소+퉁소 연주, 신용춘), 회심곡(전숙희)으로 부터 ‘부채춤’: 잠자리 꽁꽁(토속민요), 긴아리(해금연주, 김영재), 잠자리잡기(토속민요), 태평가(철가야금, 김영재), ‘살풀이 춤’: 별헤는 소리(토속민요), 지게소리(김용우), 정선아리랑(김옥심), ‘장고춤’: 목도소리(토속민요), 어랑타령 등(이생강), ‘무속춤’: 모심는 소리(아브레이수나, 토속민요), 넋풀이와 즉흥(박병천), ‘사랑가’: 댕기노래(토속민요), 사랑의 인사(Violin & Piano, Isao Sasaki), Swanee(Piano, Gershwin)에 이른다.

‘승무’(독무, 장현수): 암전 속에 들려오는 ‘해야 해야 어서 나오너라/ 참깨 들깨 볶아 줄게/ 복주깨로 물 떠먹고/ 북을 치며 나와서 째앵 쨍…’, 검정(밖)과 회색(안)의 의상, 녹색 고깔의 장현수의 고무(鼓舞)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이 세상 나온 사람의 부모은공에 대한 뉘우침을 담는다. ‘승무’는 장현수 춤의 의미수준을 미학적 전개의 수위에 놓으면서 삶과 죽음, 고난과 행복에 대한 고차원적 인식이 간결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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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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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부채춤’(3인무, 장현수 이소정 전정아): 깊은 전통에서 끄집어낸 강은구 음악감독의 선곡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토속민요 ‘잠자리 꽁꽁’과 ‘잠자리잡기’가 분위기를 이끌 면 춤은 맑은 추상의 장엄한 백색 판타지로 바뀐다. 간결미를 보여주는 빨간 치마, 하얀 저고리, 꽃과 나비가 앉은 부채가 철가야금을 타면서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디딤과 사위, 미소가 어울린 춤은 세상의 밝은 쪽을 보라고 권하고, 독무로 변하면서 조명은 춤의 의미를 강조한다.

‘살풀이 춤’(독무, 장현수): 윤동주의 ‘별헤는 밤’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토속민요 ‘별헤는 소리’를 듣다 보면, 피아노 사운드가 스쳐가고 자신을 다 감고도 남을 보랏빛 긴 천이 장현수의 사연을 담는다.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다잡아 주던 춤이다. ‘에- 에에에이 일로 어허/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다’는 ‘지게소리’가 추억으로 와 닿는다. 장현수의 춤 접근방식은 사랑이 스쳐간 자리에 시리게 남는 상흔을 보다듬는다.

‘장고춤’(3인무, 장현수 이소정 전정아): 힘들 때 서로를 격려하는 하는 ‘목도소리’에 맞추어 춤이 진행되고 최영민이 피아노를 연주한다. 동서양이 만나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일깨운다.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신고산이 우르르…하는’ 어랑타령 등(이생강)이 분위기를 돋우며 서로의 마음을 울린다. 소고를 든 두 여인 등장하고 이윽고 장현수가 장고를 들고 등장한다. 그랑블랑(Grandblanc)을 이룬 유쾌한 무대는 다시 솔로로 남는다.

‘무속춤’(독무, 장현수): 경상도 모내기 민요 ‘모심는 소리’(아브레이수나)는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게 서로서로 줄을 잘 맞춰 어울리게 일을 해 나가보자’는 뜻을 담는다. 넋풀이를 위한 종이 인형이 내걸리고 모든 사물에 달라 붙어있는 영혼을 위로한다. ‘지전춤’이다. 피아노는 생동감을 촉발하고, 주조색은 회색이다. 구음이 위무하는 영혼, 즉흥 춤이 연출된다. 차별과 계급 없는 세상에서 서로가 하나 되기를 기원하는 힐링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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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연출・안무의 '청안(靑眼)'

‘사랑가’(2인무, 장현수 조성민): 처녀의 댕기를 두고 벌이는 사랑노래 ‘댕기노래’가 흘러나오면서 2인무는 무대를 서정적 공간으로 만든다. 이사오 사사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에 담긴 ‘사랑의 인사’와 조지 거쉬윈의 피아노곡 스와니(Swanee)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자는 고운 마음이 담겨 있다. 이전의 다섯 춤의 마음을 하나에 담은 ‘사랑가’는 이타적 보살행의 안무가 장현수의 현재적 심상(心象)을 표현한다.

장현수, 러닝 타임 한 시간을 십 분처럼 요리할 줄 아는 안무가이다. 그녀는 '청안'을 통해 대중적 전통춤을 클래식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지난 4월의 '목멱산59'에 이은 '청안'은 불혹을 넘긴 그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을 살피게 한다. 국립무용단 생활 스무 해를 넘긴 장현수 춤이 잘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겁다. 우리 춤의 의미를 재해석하여 구성한 춤들은 창의적이었으며, 간결하면서도 춤의 핵심을 찌르는 장현수식 춤 수사는 신선하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양동민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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