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운전 개발 기업, 속속 美 애리조나 집결…"그 이유는?"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가 최근 새로운 이주자를 맞이하고 있다. 도로를 자동운전 차량으로 가득 메우겠다는 야망을 가진 테크 기업들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떠나 애리조나 사막의 땅으로 몰려들고 있다.

자동운전 업계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모빌아이(Mobileye)는 최근 "자동운전 차량 100대를 만들어 제1탄을 애리조나 도로에서 테스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빌아이는 인텔이 올해 3월에 150억달러(약 16조90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스라엘 기업이다.
구글(Google)에서 분사한 웨이모(Waymo)와 우버(Uber)는 이미 100대 이상의 자동운전 자동차를 애리조나주 탬피와 피닉스의 도로에 가져왔다. 두 회사 모두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기술자를 운전석에 배치하고 사람들을 곳곳으로 옮기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자동운전 기술 개발에서 애리조나가 사랑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비교적 가깝다는 지리적 요인과 함께 애리조나는 덥지만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에 카메라와 레이더 등과 같은 눈과 호우의 영향을 받기 쉬운 센서에 안성맞춤이라는 점이다.

또한 교통이 전반적으로 한산하고 도로 상태가 아주 좋다. "그만큼 기술적 과제의 해결이 쉬워진다"라고 메사추세츠의 자동운전 테크 기업 누토노미(nuTonomy)의 칼 이아그넴마(Karl Iagnemma) CEO는 말한다.


애리조나에는 큰 장점이 또 하나 있다. 애리조나의 도로교통 규제는 미국에서 가장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동운전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기업은 허가 신청이 필수이며, 충돌이 발생하거나 백업하는 사람이 핸들을 잡은 빈도 등을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뉴욕 주에서는 차량을 도로에 몰고 나갈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심지어 추가로 경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중국 교통관리국은 7월 초 바이두가 개발하고 있는 자동운전 자동차가 교통위반 혐의가 있다며 통지와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수속을 받지 않고 자율주행차를 베이징 시내 순환도로에서 달리게 하는 것은 교통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바이두 리옌훙 회장이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 전방을 주시한 채 주행하는 장면이 보도됐는데, 교통관리국은 이 행위가 "다른 차량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에 반해 애리조나 더그 듀시 주지사는 "자동운전 자동차 시험 및 운영 지원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해결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많은 이윤을 낼 것이다. 이는 새로운 직장과 관련이 있고, 새로운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며, 공공 안전과 주를 위한 대중교통의 편리함을 증진하는 길"이라며, 2015년부터 행정 명령을 실천하고 있다.
당시 우버는 듀시 주지사의 정책을 배경으로 무인자동차 계획을 위해 애리조나 대학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애리조나에서의 무인자동차 테스트를 위한 계획을 진행했다. "테크 기업과 기업가는 스마트한 위험에 처해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을 저해할 것이 아니라 촉진하는 존재이어야 한다"고 애리조나 교통부 정책 차장 케빈 비스티는 말한다.

우버 대변인은 "애리조나 주는 라이드 공유에 앞장서고 있다. 듀시 지사는 공유 경제를 임기 중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으며, 그 기반을 감안할 때 애리조나는 우버가 자동운전 차량을 도입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다만, 애리조나에도 한계는 있다. 기후와 지형, 교통량이 너무 균일한 것이다. "특정 조건에 과도하게 적응할 위험성이 있다"고 누토노미의 이아그넴마 CEO는 지적했다. 애리조나 주의 운전이나 징후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차를 적응시킨 후 프랑스 파리 주변에서 자동운전을 시도하면 자동차가 패닉상태에 빠질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애리조나에서 걸음마를 배운 무인자동차는 다양한 지역으로 원정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 웨이모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 텍사스 오스틴, 워싱턴 주 커클랜드 등에서도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우버는 샌프란시스코와 피츠버그에서 자동운전 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있다. 모빌아이 또한 차량의 일부를 예루살렘으로 보내 애리조나와는 크게 다른 '어쩌면 더 가혹한 조건'에 직면케 할 계획이다.

"도로 상황이나 표지판의 차이뿐만 아니라, 운전 스타일도 지역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에 지리적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모빌아이의 CTO 겸 CEO인 암논 샤슈아는 지적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 어디서든 전개 가능한 자동운전 자동차의 개발이다. 따라서 다양한 장소에서 시험과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가 교통의 미래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혜택이 자동운전 차량으로 도로를 가득 메우겠다는 야망을 가진 테크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