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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 FTA 폐기 수세 몰린 한국… 폐기 가능성·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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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 FTA 폐기 수세 몰린 한국… 폐기 가능성·전략은?

지난 8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렸다.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렸다.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풍전등화((風前燈火). 이는 최근 존폐 갈림길에 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정부가 “공동조사 없이 개정협상도 없다”고 강수를 두자 미국은 ‘폐기’로 맞불을 놓았다. 양국의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며 한미 FTA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선례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봤을 때 반대 여론에 부딪혀 폐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나 행정부가 폐기 권한을 가지고 있어 안심하기도 이르다. 전문가들은 '선(先) 조사 후(後) 협상'의 원칙을 고수하기 보다 개정협상에서 균형을 지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한미 FTA 폐기 실현 가능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내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허리케인 ‘하비’로 수해를 입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에 한미 FTA 폐기가 가시화된 듯 보이나 실제 실행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 간 맺은 나프타 재협상에서도 수차례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결국 재협상 수순을 밝고 있다.

상품무역을 기준으로 할 때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10대 교역국이어서 나프타 폐기 시 미국 경제에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계와 의회의 반발도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의회는 이미 한미 FTA 개정이 의회 협의 사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미 의회의 상원 재무위원장 등 무역 협상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발생하는 변화는 의회 법규 개정 없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점도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6대 교역국이며 안보에 있어 동맹국이므로 실제 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폐기 발언은 재협상에서 한국을 협조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미 FTA 협정문 제24.5조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우리 정부에 서면 통보하면 FTA 협정은 폐기된다.

협정문에는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규정돼 있다. 폐기 과정에서 우리는 30일 이내애 미국 측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국은 30일간 FTA 종료로 인해 타격이 큰 조항에 대해 180일 이후에도 효력을 유지할지 논의하게 된다”며 “30일간 협의를 한다고 해서 폐기의 큰 틀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미국은 1974년에 제정된 통상법 125조에서 이미 대통령에게 통상협정 탈퇴 선언의 전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한미 FTA 탈퇴에는 의회 동의가 필요없다”며 “트럼프 통보만으로 폐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선 공동조사 후 개정협상 원칙 고수 말아야”


전문가들은 ‘공동조사 없이 개정협상도 없다’는 정부의 원칙 고수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조언한다.

최원목 교수는 “조사 후 협상을 고집하면 상대를 무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미국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가게 된다”며 “개정협상을 인정하되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진지하게 듣고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미국측의 요구에 대해 먼저 양국 전문가들이 한·미 FTA의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분석·평가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미국 측 답변이 오기 전 실무협상을 진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었다.

최남석 교수도 지속적인 협상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미 FTA로 피해를 입었다는 미국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대미 투자가 늘어나고 미국에 일자리가 창출된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국 내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