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솔비에 묻힌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기사입력 : 2017-09-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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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재 온라인뉴스부 기자


부산에서 전대미문의 여중생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또래 아이들에게 맞아 피칠갑을 한 여중생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청소년 범죄와 소년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날 뉴스 메인은 폭행사건이 아닌 가수 솔비가 차지했다. 지난밤(4일, 23시) 상황이 그러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부산여중생 폭행사건이 올랐지만, 그 안에 뉴스는 온통 솔비의 발언을 앞다퉈 보도한 언론들 뿐이었다. 정작 폭행 장면을 담은 제보 영상은 묻혔다.

폭행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던 4일 솔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대한 짤막한 글을 공개했다. 곧 솔비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우리 모두의 책임”,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되는”과 같은 부적절한 표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솔비의 ‘짧은 생각’이 폭행 사건 소식보다 이슈가 되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공인으로서 신중하게 글을 쓰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여중생들의 행동이라고는 보기 힘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아닌 솔비가 더 비난의 화살을 맞는 것은 ‘마녀사냥’이다. 문제는 그 마녀사냥이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거다.

지난 3월 8세 여아를 죽이고 시체를 아파트 물탱크에 유기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때도 그랬다. 당시 몇몇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범인은 남성이며 여성 혐오에 의해 벌어진 살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혐오 범죄에 분노했던 여론은 범인이 여중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건은 더 이상 관심받지 못했다. 이후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알려지게 됐다. 만약 후속취재가 없었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건은 종결됐을 것이다.

대중이 솔비에 집중하는 사이 사건은 흐려져 간다. 사건에서 중요한 것들이 흐려지고 사건 자체에 관심도가 떨어지면 사건은 묻힌다. 사건에 중요한 쟁점이 흐려질 수 있다.

솔비의 말은 잘못됐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솔비가 아니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다. 악플에 시달리면서도 솔비는 사과까지 했다. 한 가수의 짧은 글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 백승재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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