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박사] 반도체 착시, 엉뚱한 경제 정책

기사입력 : 2017-09-08 17:23 (최종수정 2017-09-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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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 위험수위를 넘었다/김대호 박사는 고려대 경제학과졸업 후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경와우TV 등에서 기자 워싱턴특파원 금융부장 국제부장 경제부장 주필 편집인 해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또 고려대 경영대와 MOT 대학원 미국 미주리대 중국 인민대 등에서 교수로 일해왔다. (독자 010 2500 2230)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기자]
요즈음 우리 경제가 수상하다.

기업마다 가계마다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시장의 체감경기가 영 말이 아니다.

그런데 경제지표는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 그리고 산업생산 국민소득 물가 등 거시 지표들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수출은 10개월 연속 상승 행진, 설비투자도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허전하기만 하다.

경제지표는 좋은데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지표 따로, 시장 따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바로 이 대목에 반도체 착시현상이 숨어있다 .

반도체 착시현상이란 반도체 홀로 대규모 호황을 누리면서 전체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대다수 산업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만 잘 나가고 있는데 반도체가 너무 잘 나가는 바람에 대다수 산업의 어려움이 감춰지고 있는 형국이다.

반도체를 뺀 나머지 산업들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 (THAAD) 보복과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그리고 북한 핵 미사일 쇼크 등으로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야기되고 있는 이른바 'G2 리스크'도 불안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어려움이 반도체 착시에 가려 통계에 제대로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가 앞으로도 계속 번창한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반도체에도 사이클이 있다.

지금은 슈퍼 사이클을 맞아 대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

그동안의 패턴을 보면 반도체는 10년 주기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앞으로 2~3년 후면 지옥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반도체 착시는 반도체의 나홀로 대규모 호황으로 경제 전체가 문제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적절한 대책을 세울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역대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겪기 직전마다 반도체 착시 현상이 있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착시로 인한 경제위기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반도체 착시가 있었다.

1993년부터 1995년 사이 반도체 산업은 그야말로 전대 미문의 호황을 누렸다.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995년 한국의 수출은 1251억달러를 기록했다.

단군 이후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무려 14%에 달했다.

이 반도체 호황 덕에 GDP성장률이 1995년 무려 8.9%까지 치솟았다.

그러다가 1996년 느닷없이 D램 가격이 폭락했다.

반도체가 무너지면서 한국 경제는 휘청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시중에는 달러의 씨가 말랐다.

이는 결국 그 유명한 1997년의 이른바 IMF 사태를 부르게 된다.

반도체 특수에 취해 있다가 외환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2년 이후 반도체 가격이 다시 뛰었다.

그 바람에 우리 경제에는 다시 호황이 왔다.

반도체의 본산인 삼성전자는 해마다 영업이익이 20%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5년 내내 이 반도체 호황에 취해 있었다.

그 5년 동안 정치적 불안과 경제정책적 시행 착오가 계속되었지만 반도체 호황 덕에 도끼자루 썩어가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2007년 들어 D램 시장이 30% 이상 위축됐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꺾여 버렸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 초기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공황이다.

두 차례에 걸친 반도체 착시는 반도체 초호황→수출·경상수지·외환의 급격한 확대→반도체 초불황→수출·경상수지·외환의 급격한 위축→경제공황의 사이클을 낳았다.

반도체가 잘 나가다가 갑자기 꺾일 때를 대비하여 미리 방책을 서두르지 않은 대가다.

최근 들어 그 반도체 착시 현상이 다시 엿보이고 있다.

국내 상장사 655여 곳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8% 이상 늘어났다

여기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90%가량 뛰었으나 나머지는 부진했다는 얘기다.

수출도 비슷한 상황이다.

4월부터 6월까지 2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그러나 여기서 반도체와 최근 변동성이 큰 조선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6.8%로 낮아진다.

반도체 착시가 수출에도 숨어 있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위기는 자못 심각한 수준이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올 2분기 중 71.6%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분기만 떼어 놓고 보면 IMF 사태 와중이던 1998년 이후 20년 만의 최저다.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줄곧 70%대 후반과 80%선을 오락가락했다.

제조업 중 반도체의 올 2분기 생산능력지수는 256.5이다.

이에반해 섬유 제품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겨우 9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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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반도체 착시 위험수위를 넘었다… 노무현 정부 경제실패 반면교사 필요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은 99.6, 조선은 105.1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반도체 호황 그 이후를 미리 설계했더라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러나 반도체 착시에 가려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종부세 논쟁 등에 휘말려 자멸한 측면이 있다.

지금도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시급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김수현 청와대 수석은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는 코멘트를 날리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 김대호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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