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생태계 새로운 바람의 한 축…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기다림 아는 무용가

[무용인 인물탐구(10)] 안지형 남예종 실용무용과 교수

기사입력 : 2017-09-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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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마지막 수요일'.

천 고지로 포진한 산정 호수/ 모래언덕 사이로 바람이 인다/ 희망온도를 부르는 백장미/ 향초 되어 희망이 담긴다// 잔잔한 물살이 부르는 여유로움/ 자유로의 붉은 장미가 사막에서는 흰 빛인 것을 알리는 듯하다// 늦은 달마중으로 맑게 씻긴 호수/ 아린 잎사귀, 잔 이슬을 훈장처럼 단다/ 모래바람으로 씻김한 별무리 타고/ 새벽마다 피어나는 사막의 백장미

안지형(安智亨, An Ji Hyoung)은 아버지 안중수, 어머니 권현숙 사이의 무남독녀로 경신년 오월 새벽에 태어났다. 지혜롭고 활기 넘치는 아이는 초등학생 시절 리듬체조부에서 발레와 체조를 배웠다. 조금씩 입었던 부상은 리듬체조를 중단해야 하는 원인이 됐다. 인문계 고교에 입학하였지만 춤에 대한 미련은 고1때부터 무용학원의 김기정 선생의 지도를 받게 만든다.

김기정은 정재만 선생의 제자로서 안지형 춤의 기초를 만들어 주었고, 한양대학교 무용학과에서부터 대학원 석·박사 과정, 동문무용단 ‘쿰 댄스컴퍼니’(Kum Dance Company) 활동에 이르기까지 김운미 교수는 기본·전통·창작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학 신입생 때 진도북춤을 가르친 박병천 선생, 진주교방굿거리춤을 사사한 정혜윤 선생이 그녀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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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마지막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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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드리밍 문'.

‘시간의 역사’ 속, 안지형 안무의 『마지막 수요일』(2015)은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녀는 평소 역사 속 여성, 여성 인권 등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작품을 위한 자료 조사·수집, 수요집회 동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단체 방문, 영상 제작에 이르는 과정은 모범적이며 이번 수요일의 집회가 마지막 되기를 바라는 안무가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안지형은 늘 도전하고 배우고자 하는 긍정적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드라마 연기 따라하기, 거울보고 연기해보기, 춤 따라해 보기’ 같은 자발적 연습을 해온 그녀는 미술전, 사진전 등에 가기도 좋아한다. 독서를 즐기는 그녀는 책을 인생의 또 다른 스승으로 여긴다. 그녀의 버킷리스트에는 시인이나 수필가가 되어 출간하는 꿈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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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드리밍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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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끝없는 천장'.

그녀는 몸 에너지로 이야기하는 춤을 가장 사랑하고 좋아한다. 한국무용 전공자이지만 실용무용을 수용하면서, 음악과 밀접하고 세밀하게 몸 움직임을 사용하는 스트리트댄스도 좋아한다. 스트리트댄스는 음악으로만 수많은 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력이다. 그녀는 왁킹(아프로 아메리칸 종류의 스트리트 댄스)을 한국무용과 움직임의 접합점이 있다고 느끼고 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안지형은 사람의 감성을 잘 파악하고 이끌어 낸다. 춤동작은 크고 넓게 쓰는 편인데 몸에서 나오는 감성과 호흡은 섬세하게 묘사한다. 연출이나 큰 그림에 대한 자극적 표현을 지양하고 인간 본연의 몸과 표정, 내재된 감성 표현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마음과 관객들의 마음과 감성, 그 교감을 위해 타 장르들을 연출적 요소로 결합하여 창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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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몸랑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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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몸랑리아'.

자신이 가고 있는 춤 길에서 자신이 진행하고 있거나 추구하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안지형을 일깨운 작품 하나,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 연출가 케이티 미첼의 『노란벽지』는 실시간으로 표현된 사운드·조명·영상 등의 흐름, 절묘한 구성, 제작과정의 치밀함, 연출가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출연 배우들의 몰입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어서 그녀를 자극했다.

안지형은 성격상 기복이 심하지 않다. 상처를 받거나 비슷한 경험은 오히려 그녀에게 자극제가 되어 자신의 일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것조차 힘들게 느껴지면 독서에 몰입한다.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고 어려운 순간들은 극복된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믿고 힘든 일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슬기롭게 세상을 풀어간다.

그녀는 작년 남예종예술종합학교에 둥지를 틀면서 순수무용과 실용무용 영역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작년에 엑스디리퍼블릭이라는 프로젝트형 융복합팀을 결성하면서 타 장르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작업을 했고, 12월에 닷새 동안 의기투합하여 전시공연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결과물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새로운 단체의 출범을 알리게 된다.

안지형은 올해 한국무용가 오경은, 왁킹 댄서 유경진과 함께 ‘세컨드 윈드 스테이지’를 창단했다. 지난 5월 『꿈꾸는 달』로 창단공연을 가졌다. 조금 멀리 꾸는 꿈, 시작은 미약하나 춤 작업을 통해 더 베풀 수 있는 무용가가 되는 것이다. 경험한 춤으로 춤꾼들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해주자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운동은 격려 받고 존중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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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형 안무의 '연의 노래'.

그녀의 대표 안무·출연작을 통해 그녀의 춤 세계를 살펴본다. 2009 PAF 신진안무상 수상작 『하늘바라기』(2009)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공간에 대한 희망을 빛을 활용한 춤으로 풀어낸다. 『숨』(2009)은 몸의 호흡과 흐름을 탐구하여 자연스러운 숨이 주는 이미지들을 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몸랑리아』(2011)는 배준용과 듀엣으로 남녀의 감성과 몸 언어를 통해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그리고 겨울로 이어지는 음양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통해 사계를 표현한다.

『연의노래』(2012)는 춤을 통해 세상과 인연이 된 나와 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을 그린 작품이다. 『축제70』(2015)은 김운미 안무작으로 유관순과 명성황후라는 2인1역을 하면서 조안무 이자 주역무용수로 참여했던 공연이다. PADAF(Play Act Dance Art-Tech Film Festival 파다프)'에서 대상, 음악상을 수상한 『존재의 보편성』(2016)은 융복합 프로젝트그룹 엑스디리퍼블릭을 결성하여 음악, 무용, 탭댄스, 테이핑아트를 접목시켜 PADAF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각자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크로스오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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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 안무의 '하늘 바라기'.

『끝없는 천장』(2016)은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바라보는 타인에 대한 이해, 그것은 곧 끝없는 천장을 바라보는 일과 같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 무용, 음악, 탭댄스, 테이핑아티스트가 협업하여 스트리트댄스인 왁킹을 한국무용과 접목해 움직임을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꿈꾸는 달』(2017)은 서예가 최루시아, 오경은, 유경진과 함께 달이 차오르고 기울면서 변화하는 이미지를 여성의 시선을 통해 감성적 몸 언어로 풀어내며 서예퍼포먼스와 연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 댄스플레이 베스트인기상을 받았고, 버전2를 만들어 2017년 파다프 국내초청작에서 재구성하여 공연했다.

안지형, 생각은 깊고 늘 푸른 희망을 품은 춤꾼이다. 느긋하게 세상을 조망하면서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기다림을 아는 무용가이다. 아침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변하는 바위처럼 의지와 믿음을 주는 안무가이다. 오랫동안 선한 마음으로 춤을 품고, 스승들을 사랑하고, 춤 벗을 그리워하는 춤 생태계의 소중한 자원이다. 그녀의 염원이 이루어져 주변이 평화롭고 아름다워졌으면 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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