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최강 결의안' 유명무실?…美-中 싸우면 북한만 이득

북한 섬유제품 제재는 한국 중소업체와 조선족 교포의 손실로 이어져

기사입력 : 2017-09-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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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 규제 조치가 완화된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하면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일 것으로 보고 결의안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KCNA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현지 시간) 김정은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삭제하고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 조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초 제안했던 강경한 내용에서 크게 후퇴했다.

표면적으로는 원유 공급을 연간 400만배럴로 동결하고 북한의 최대 수출품 중 하나인 섬유 제품 유통을 차단할 것 등 북한의 돈줄을 옥죄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경우 이번 제재를 통한 북한의 변화는 극히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각종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의 환율과 쌀값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우 안정되어 있으며, 경제적 혼란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북중 무역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다른 품목으로 분류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의 4월 통계에 따르면, 북한산 철광석 수입은 3월에 비해 10% 증가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159% 증가했다. 또한 1~4월 북한의 대 중국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6억달러(약 672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북한으로의 수출액은 동기 대비 32% 증가한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기록했다. 북중 무역 40%를 차지하는 석탄 수입을 제재한 결과로는 너무 이치에 맞지 않는 통계다. 중국이 북한의 석탄을 철광석으로 둔갑시켜 수입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8월 15일부터 북한산 해산물의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9월 10일 현지 조사 결과,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 성 단둥에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의해 수입이 금지된 북한산 해산물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었으며, 거래량도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북한과의 해산물 교역이 중단될 경우 중국 측 유통 업자의 타격이 훨씬 심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볼 때 이번 원유와 섬유제품에 대한 제재의 영향을 점쳐볼 수 있다. 동북3성 중 하나인 량오닝 성에는 성도인 선양과 항구도시 다롄, 그리고 북한과 인접한 단둥이 섬유 생산기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지의 많은 업체들이 북한과의 위탁 가공무역으로 의류를 제조하고 있다. 북한의 섬유 제품을 통제하면 손실은 북한보다 중국 쪽이 수십배 더 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업체에는 조선족 교포와 한국 업체들이 많다. 그동안 한국에서 원단을 보내 중국 업체로 하여금 봉제를 맡기면, 중국 업체는 북한의 저렴한 인력을 사용하거나 직접 북한으로 원단을 가져가 봉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결국 이번 유엔의 제재를 통한 영향력을 판단한다면, 한국의 중소업체와 조선족 교포의 눈물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원유 제재에서도 똑 같이 작용한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구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현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러시아는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할 의사가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해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은 중국에 비해 극히 미약한 수준이었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다.

실제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원유 금수조치에 대비해 지난 4월 연간 수입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00만t의 원유를 비축하도록 지시했으며, 동해안과 육로를 통해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을 대량으로 밀수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원유를 팔기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현실에서 원유 공급라인에 균열이 가지 않는 이상 북한으로 흘러가는 원유를 막을 길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9월 3일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그토록 단호했던 미국의 자세가 왜 이토록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는지, 북한에 대한 새롭게 결정된 제재 결의안을 놓고 다양한 질문과 함께 전문가들의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미국이 내건 '최강 결의안'은 1주일을 지나면서 중국과의 타협 방안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제재의 수위보다는 국제 사회의 결속을 우선한 형태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의 의지는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추진한다. 스스로 비판받을 뿐이다"라는 강경한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물밑 협의를 거쳐 태도를 연화시킨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싫어하는 항목을 빼기로 결정했다. 미 외무성 관계자는 11일(현지 시간) 일본TV 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하면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일 것으로 보고 결의안을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이번 유엔 결의안은 북한을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이미 결여됐으며, 결국 그 효과도 미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 김길수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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