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출근길에 친정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며느리들을 떠올릴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임을 안다. 저마다 먹고 사는 일이 급하고 먹고 사는 일로 몸과 마음이 고단할진대 흘러간 시절의 며느리들의 소회 따위가 빗속을 뚫고 마음을 파고들 리 없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게 빗물을 타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흘러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스마트폰 속에서 폭우에 잠긴 부산의 도로는 허리케인이 강타해 쑥대밭이 된 플로리다의 거리처럼 멀게 느껴졌다.
새로운 시대의 시민들은 구태의연한 미디어들을 더 이상 메시지로 수용하지 않는다. 핫과 쿨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네오 뉴스미디어를 생산한다. 새로운 뉴스 생산자들에게 미디어가 인간 정신과 육체의 확장이든 인간이 미디어의 확장이든, 이론적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더 이상 메시지와 마사지가 되지 못하는 올드 미디어를 거부하고, 온갖 시뮬라르크가 혼재한 하이퍼리얼리티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들어 간다. 그 통로는 공간과 시간의 한계가 명확한 기존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뚫린다. 그래서 오늘날의 미디어는 패시지(passage)다. 누군가의 개입으로 흐름이 막힐 수 있는 미디어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가짜 진실들을 구성하는 미디어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흐름이 막힌 물은 사방을 향해 나아가다가 반드시 하나의 틈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그 틈에서 통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진실은 물과 같아서 일단 길이 난 통로를 향해 쏟아져 들어와 엄청난 위력으로 벽들을 허물어뜨린다. 인간의 불완전성은 언제나 세계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 거짓과 위선, 통제와 억압에도 늘 빈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직 진실로만 뚫고 갈 수 있는 틈새를 향해 함께 흐르는 것이 전통 뉴스미디어들이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다시 원래의 통로로 당당히 흐르는 메시지를 원한다.
오래 전 들판에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시집 간 딸을 그리워하던 친정 부모들처럼, 반갑게 돌아올 지상파방송 뉴스들을 기다린다.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