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의 실린더 보어(Bore)는 통상 마찰과 열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부에 2.6㎜ 정도의 두께를 가진 주철 라이너가 삽입된다. 하지만 최근 엔진의 경량화와 연비 향상을 목표로 고성능 차량과 초저 연비 차량을 시작으로 주철 라이너를 대체해 '철계 용사 피막'의 채용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철계 용사 피막은 종래의 기술에서는 안정된 품질로 양산하기 어려워 일부 고성능 엔진밖에 채용되지 않았다. 양산에는 고도의 분사 기술 외에도 항상 폭발 및 압축에 노출되는 실린더 보어의 내면에서도 분사한 피막을 밀착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닛산이 독자 개발한 NMRP 공법은 보링 가공의 일종으로 공구와 가공 조건을 최적화함으로써 용사 피막이 견고하고 강하게 밀착되도록 실린더 보어의 내면을 조면화하는 기술이다. NMRP와 적절한 분사 기술을 조합함으로써 철계 용사 피막을 가진 안정적이고 저렴한 엔진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닛산은 스포츠카 'GT-R'에 장착한 'VR38DET' 엔진에 처음 철계 용사 피막을 채용한 뒤 '쥬크 16GT'의 'MR16DDT' 엔진과 '인피니티 Q50/Q60'의 'VR30DDTT' 엔진, '패스파인더'와 '인피니티 QX60'의 'VQ35DD' 엔진, 그리고 'HR12DDR' 및 'MR20DD' 엔진 등 고성능 엔진에 NMRP 기술을 적용시켰다. 최근에는 미니밴과 소형차 등의 차세대 저연비 엔진에도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닛산의 라이선스를 제공받은 헬러사는 1894년 설립되어 113년의 전통을 가진 세계적인 제조업체 중 하나다. 대표적인 제품군에는 4축 및 5축 머시닝 센터, 밀링 터닝 센터, 크랭크 샤프트 및 캠 샤프트 가공 등이 있다.
헬러는 이미 실린더 보어 코팅용 공작기계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이번 닛산에서 제공한 NMRP의 라이선스에 의해 헬러사는 철계 용사 피막을 가진 엔진의 양산에 필요한 일련의 제조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업계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