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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가상현실 즐기는 인터넷 세대의 유쾌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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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가상현실 즐기는 인터넷 세대의 유쾌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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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
타건(打鍵)의 건반처럼 튀어 오르는 발놀림/ 디지털 숲에는 춤들이 판을 벌인다/ 연주나 다름없는 분주한 손놀림/ 바람 없는 진동이 인다/ 무리를 부르면 언제나 딸려오는 정갈한 춤/ 실핏줄처럼 굽이굽이 춤 줄기를 돌아/ 뛰고, 돌고, 구르며 한 숲 이루고/ 담대한 희망으로 춤추듯 쉬어/ 춤이 익고/ 이야기가 영글고/ 깊은 춤 맛이 스며들게 한다.

춤전용 M극장에(9월 9일과 10일)서 공연된 갈스댄스컴퍼니(Galsdance Company, 예술감독 정명훈)의 정기공연, 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Linkage)』는 인터넷에 링크를 접속시키면서 일상이 시작되는 인터넷 세대의 달콤한 휴식(반대 시각, ‘영혼의 사막’)을 현실감각에 맞게, 경쾌하게, 코믹하게, 긍정적으로 전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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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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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

링키지(linkage)는 일반적으로 링커(linker)가 행하는 프로그램 연결 작업을 말하지만 정명훈은 행위적 총합으로 ‘링크에이지(Linkage)’라는 제목을 선택한다. 『링크에이지』는 ‘오픈 파일’, ‘스케줄링’, ‘연쇄 리스트 업’, ‘버퍼링’, ‘동기화’ 과정에 이르는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작은 손놀림으로 시작해서 굳건한 자아를 구축하는 작업이 링크에이지의 특징이다.

한국무용을 이끌고 있는 30대의 주목할 춤꾼 중 한 명인 정명훈은 재기발랄하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창작무용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춤 스펙트럼이 넓은 그는 론치패드(DJ Music Launchpad) 라는 휴대폰 어플로 만든 음악에 맞추어 우리 춤 형식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놀이 같은 순발력을 발휘한다. 공연은 로그인 해서 한바탕 ‘춤세상’에서 놀다가 로그오프 된다.

정명훈의 안무작들은 현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불통(不通), 소외, 자기화 현상을 리듬감을 살려 표현해냄으로써 관객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오고 있다. 정명훈은 익숙한 일상적 로딩을 수행하고, 그 안의 흐름을 자기 세계화한다. 행위는 선택, 충돌, 수집, 저장, 삭제 등으로 나타난다. 정명훈의 독무는 유튜브의 MERCY emotional R&B Beat 사운드를 차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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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연결이다. ‘인간과의 연결이 아니면 절대 고독을 낳는다.’는 고정관념은 『링크에이지』에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인터넷 세상’이 소재가 된 이 작품은 ‘자신과 연결된 우리’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일상은 춤동작으로 구성되고, 구사되는 춤은 자신의 자아를 나타낸다. 유튜브, 어플과 멜론에 있는 대중음악이 작품의 분위기를 살린다.
물오른 현대적 낭만은 일상에서 보이는 일련의 작업, 주인공 젊은이(정명훈)가 벽에 기대어 있다가 상자 안의 인형을 꺼내어 전원을 끌어들면서 시작된다. 경쾌한 흥얼거림으로 중앙으로 이동하여 탑 조명 중앙 아래 엎드린 젊은이는 흥이 오르면서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젊음을 상징하는 선글라스와 청・록(靑・綠)의 조명 띠가 흐르고 사운드에 따라 인물이 움직인다.

하얀 와이셔츠와 검정 바지(남성은 맨발), 검정 스커트 차림(여성은 검정 스타킹, 나비넥타이, 포니테일 주조)의 등장인물들은 시종 헤드셋을 목에 건 젊은이(정명훈)의 리모컨 통제 하에 있다. 무리들(남성群, 여성群, 남녀혼성群=이혜준, 김유연,유현상, 장재훈, 이도윤, 박주상, 한성민, 손민한, 한지원, SR, 한영희)은 원초적 의성을 내뱉으며 지시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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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안무의 '링크에이지'

스스로 ‘귀요미’임을 인정하는 정명훈 키즈는 역동성과 유연함을 갖추고 숫자 놀이를 하거나 목말을 한 네 커플은 내비게이션의 대사들을 동작으로 옮기기도 한다. 다양한 숫자 조합의 춤이 이루어지고, 남성의 발레 동작 수행, 여인의 독창 등은 코믹 유발 요소이다. 헤드셋이 바닥에 놓이고 주인공이 지치면서 젊은이들의 신풍속도를 보여준 공연은 끝이 난다.

안무가 정명훈은 『링크에이지』를 통해서 젊은이들의 인터넷 세상을 조망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양식화하였다. 우리 춤사위를 이용한 현대화 작업은 국경을 허물고 감정을 공유할 버전을 제시하였다. 지시에 따른 등장인물들은 차기작에서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반격할 태세를 갖출 듯하다. 정명훈의 신작은 의미 있는 춤 담론을 낳은 경쾌한 수작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