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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막바지, 출혈경쟁 벌써부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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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막바지, 출혈경쟁 벌써부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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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대형증권사들의 초대형 IB가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당국은 투자은행 지정 및 발행업무 인가 관련 심사 중이다. 적격성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인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통과하더라도 안심은 금물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설 여지가 있는 가운데 발행어음이 기대만큼 마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초대형 IB 인가절차 고삐, 10월 인가작업 마무리 기대


하반기 증권업계의 최대 이벤트는 초대형IB 인가다. 금융당국은 인가 절차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4개사를 대상으로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브리핑했다. 단 대주주의 징역 선고 건 등으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된 삼성증권은 제외됐다.

대형사들이 속도를 내는 이유는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IB에 부여되는 발행어음 때문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발행한 1년 이내 만기 도래 어음으로 은행의 예금에 견줄 신상품으로 초대형 IB의 꽃이다. 브로커리지 부진에 빠진 증권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속을 보면 불안 요인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미진해 부담이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가 허용되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의 경우 연간 1600억원 수준까지 추가 순익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의 2배인 8조원까지 어음 발행이 가능하고, 운용 마진도 2%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서다.

물론 이론상에서다. 운용제약 같은 족쇄를 감안하면 수익성은 이보다 훨씬 낮다. 금융위가 제출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입법 예고안에 따르면 단기금융인 발행어음의 발행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했다.

여기에 투자대상의 경우 △기업에 대한 대출 및 어음의 할인·매입 등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코넥스주식 및 A등급 이하 회사채 등 리스크가 만만치 않은 고위험자산인 기업금융 쪽에 절반(최소 운용비율 50%)을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중위험 중수익’ 부동산 투자 상한을 애초 10%에서 30%로 확대한 게 위안거리다.

신평사의 시각은 이보다 더 박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1.4%, 1년물 국고채 금리는 1.5% 안팎이다.

발행어음 영업의 이자마진율은 신용등급 BBB-A 상당의 채무증권 및 부동산금융투자, 유동성 관리를 위한 국공채보유 등 운용자산 구성을 감안하면 1.5%를 넘기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만기별 등급별로 형성된 채권금리 및 증권사의 자금 유치 유인을 감안할 때 발행어음의 약정금리는 1.8%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각사의 발생계획을 고려할 때 발행어음 영업을 통한 연간 영업이익 증가분은 100억원에서 3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업금융 최소 운용비율 50% 투자 등 운용제한, 리스크 관리 부담


이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초대형 IB들이 초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금리경쟁을 촉발할 경우 리스크 증가 및 수익성 악화 등 이중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업계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규 업무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초대형 IB 모두 순이익이 네 자릿수로 금리 경쟁에 투입할 총알도 충분하다. 대형사들이 기선 제압을 위해 금리로 맞붙을 경우 고금리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어느 정도 금리가 적절한지 검토하고 있다. 영업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까지 고려하면 약정금리는 시뮬레이션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 은행금리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이익은 버퍼 대비 약 150bp로 추정되는데 시장 선점을 위해 이 범위에서 기대치를 줄여가며 금리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출혈경쟁 수준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대상의 경우 기업금융 쪽에 절반(최소 운용비율 50%)을 투자하는 등 위험자산을 무턱대고 늘리기에는 리스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리스크를 얼마나 잘분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예컨대 시장을 선점할 목적으로 자금 2조원을 모았는데 실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1000억~2000억원으로 미스매칭되면 되레 역마진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투자자산 발굴이 활발해 운용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다면 추가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실질 레버리지가 증가하고 이익의 안정성이 저해될 부담도 비례적으로 커져 자산부채 만기 구조 관리가 필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9~10월 중 초대형IB 지정·인가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동시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11월 중 초대형IB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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