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머니, 이번 추석 음식은 가정간편식으로 할게요”

기사입력 : 2017-09-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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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꽉 막힌 고속도로, 차에서 흘러나오던 동요. 소똥 냄새가 얼큰하게 풍겨오던 시골집 마루. 전이며 산적이며 거하게 차려나온 한 상. 앙증맞은 손으로 빚었던 송편.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솔잎.

추석이 우리에게 주던 냄새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다시 오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최장 10일 간의 ‘황금연휴’가 실현되자 내수 침체를 걱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절음식을 간편화하고,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명절 연휴 앞뒤로 고향집을 방문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명절에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의 방식으로 연휴를 즐기는 방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간단하게 명절 음식을 느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이 인기다. 추석에 주로 먹었던 전 종류와 동그랑땡, 한우갈비찜까지 가정간편식 종류도 다양해졌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명절 전후로 가정간편식 매출 신장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이름을 알려왔던 HMR 실제 판매가 증가해 명절음식 간소화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추석을 떠올리면 향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명절 증후군, 교통 체증, 지출 증가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늘었다. 허례허식으로 채워졌던 전통 명절을 현대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동감하는 내용도 많지만 어쩐지 슬퍼지는 기분이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떡집에서 한 접시 사와 하나씩 먹던 송편마저도 사지 않는 가정이 많아졌다. 어린 아이들에게 추석은 송편을 먹는 날이라고 가르치는 것도 명분을 잃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전통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와닿겠는가. 송편은 먹는 것보다 만드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은 더더욱 가르치지 못할 일이다.

HMR이라는 생활을 엄청나게 편리하게 해 주는 제품이 나온 것은 반갑다. 바쁜 현대인들이 명절 음식을 편리하게 준비하고 맛볼 수 있게 한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HMR 명절음식이라는 말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명절음식에는 가족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행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상품 예약은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추석엔 해외여행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해외 항공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례 없는 황금연휴, 가족들과 해외에서 색다른 추억을 쌓는 것도 좋다. 다만 추석이 주는 냄새를 아이들에게 조금은 알려주면 어떨까. 유치원에서 만드는 송편이 다가 아니라, 가족끼리 송편을 빚으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은 어떤가. 어쩌면 해외 여행보다 더 색다른 추억이 될 지도 모른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 임소현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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