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체들은 한때 업체의 기술을 모방하면서 저렴한 스마트폰을 속속 제조하는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기종을 생성하고 성공적인 홍보 전략도 구사함으로써 애플의 충성고객까지 빼앗고 있다. 특히 아이폰의 고액 기종이 1000달러(약 113만원) 가까이하는 반면, 아시아권 생산 제품은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더욱 싼 가격에 경쟁하고 있다.
화웨이는 10월 16일 발표하는 신형 스마트폰 'Mate(메이트) 10'을 '리얼 에이아이폰(RealAIphone)', 즉 진정한 인공지능(AI)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시키려 하고 있다. 발표에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홍보 동영상을 통해 신형 아이폰의 얼굴 인증 기술을 조롱하는 등 자신감이 충만하다.
메이트 10은 동시통역이나 화상 인증 등 AI를 이용한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대형 화면을 채용했으나 가격은 아이폰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언급을 회피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분석가 닐 샤(Neil Shah)는 "중국 브랜드는 규모의 확대와 공통의 공급망에 접근해 있으며, 부품 구매력 향상과 적극적인 마케팅, 그리고 적정 수준의 가격 설정은 애플의 성장 속도에 제동을 걸면서 애플의 차별화 포인트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애플의 팬들이 '아이폰X'에서 '메이트 10'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폰X가 과연 얼마나 팔릴까 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화웨이의 고급 폰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소비 패턴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애플이 제시한 가격은 예상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거기다가 혁신적이지 않은 기술과 소프트웨어는 애플의 충성고객을 현 수준에 머물러 있게 하거나, 아니면 메이트 10의 새로운 혁신을 맛보기 위해 이동시킬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원가를 낮추었다면 이러한 수고스러움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휴대전화 업계의 관행을 눈치 챈 고객들은 이러한 눈 가리기식의 행사가 진정한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애플이 스스로 벌여놓은 프리미엄폰 시장의 틈새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가 예상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