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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향후 살길은 파격적인 구조조정?... 상장유지 손쓸 범위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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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향후 살길은 파격적인 구조조정?... 상장유지 손쓸 범위 벗어나

메모리 매각으로 겨우 살 길 찾았지만, 장래 여전히 아슬아슬

도시바의 보유 현금과 함께 금융 기관과의 대출 계약 범위를 모두 합쳐도 1조엔(약 10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자료=미에현
도시바의 보유 현금과 함께 금융 기관과의 대출 계약 범위를 모두 합쳐도 1조엔(약 10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자료=미에현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부정 회계를 계기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는 그동안 쌓아온 사업을 팔아넘기면서 연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2조엔(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으로 겨우 살 길을 찾았지만 장래가 위태로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과연 도시바는 어느 만큼의 체력이 남아 있을까.

'적자인데 흑자를 가장하고 있었다'는 회계 부정을 계기로 경영난에 빠진 도시바는 2016년 3월기(2015년 4월~2016년 3월)에는 4600억엔(약 4조6591억원), 2017년 3월기는 9656억엔(약 9조7802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과거로부터의 이익 축적을 나타내는 이익 잉여금, 이른바 내부유보가 적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일본 재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내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2016년도의 내부유보 총액은 406조엔(약 4112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도시바는 이 흐름을 타지 못한 셈이다.

끝내 도시바는 대차대조표 '자산=부채+순자산'이라는 균형 상태도 무너져,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부채)을 상환할 수 없는 '채무 초과' 상태에 빠졌다.

2017년 3월 말 기준 이익 잉여금의 적자액은 5803억엔(약 5조8776억원), 채무 초과 금액은 5529억엔(약 5조6001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3개월 지난 6월 말에는 이익 잉여금은 5300억엔(약 5조3681억원), 채무 초과 금액은 5042억엔(약 5조106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결코 경영 회복의 전조는 아니다.

도시바에 남겨진 경영 체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우선 주식을 살펴봐야한다. 도시바는 지금까지 그룹 내에서 의료 기기를 다루던 탑콘의 주식을 약 450억엔(약 4558억원)에 매각했으며, 역시 그룹 기업이었던 도시바 기계, 그리고 도요타자동차와 캐논 등의 주식을 팔았다.

2017년 3월 말 현재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주식(9월 1일 종가로 계산한 시가)은 JR 도카이 202억엔(약 2046억원), IHI 200억엔(약 2026억원),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FG) 129억엔(약 1306억원) 등이 있다. 그리고 미쓰이부동산을 포함한 300억엔(약 3038억원) 규모의 잉여주식이 남아있다.

이외에도 각각 900억엔(약 9106억원) 대의 도시바플랜트시스템과 도시바테크 등 그룹 기업을 포함한 상장 주식이 남아있으나, 2017년 4월 95개 금융 기관에 대해서 5000억엔(약 5조609억원)에 육박하는 차입금에 대한 일부 담보로 차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에 따른 입금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주식 소유주는 금융기관으로 옮겨가게 된다.
또한 본래 모회사인 도시바가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한때 1조1000억엔(약 11조1340억원) 대에 달했으나 지금은 4000억엔(약 4조487억원) 대로 급감했다. 의료 기기 및 가전 사업의 자회사를 연이어 매각해 왔기 때문이다. 2017년 3월말 자회사인 446개 계열사는 119개로 감소했다. 도시바의 전성기 시절이었던 2014년 3월말에 보유했던 자회사 598개에서 152개나 줄어든 셈이다.

도시바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던 원전 플랜트 업체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막대산 손실만 안긴 채 파산 처리됐으며, 스마트미터(계량기) 업체 랜디스기어도 7월에 소유 주식을 약 1600억엔(약 1조6195억원)에 매각했다. 앞으로도 구조 조정을 포함해 그룹 기업의 감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분야를 살펴보면, 2017년 3월기의 토지 자산은 739억엔(약 7480억원)으로 2005년 3월말 1694억엔(약 1조7146억원)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950억엔(약 9616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도 매각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바에는 값나가는 부동산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도시바 재건의 비장의 카드로 활용한 것이 바로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이다.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에서 한국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던 메모리 사업은 도시바에게 생명줄이라고도 할 존재다. 지금은 비록 50.1%의 지분을 놓지 않고 있지만 이마저 언제 넘겨야 할지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도시바의 보유 현금과 함께 금융 기관과의 대출 계약 범위를 모두 합쳐도 1조엔(약 10조원)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분기 연속 채무 초과를 해소하고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각 대금을 하루라도 빨리 손에 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바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임무는 기업의 존속 지속일 뿐 상장 유지는 이미 손을 쓸 범위를 벗어났다. 지금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구조 조정이 도시바의 유일한 선택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