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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우리 고양이 ‘도도’는 어쩌나… 반려동물 앞으로 유산 남기는 ‘펫신탁’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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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우리 고양이 ‘도도’는 어쩌나… 반려동물 앞으로 유산 남기는 ‘펫신탁’이 뜬다

KB국민은행이 선보인 'KB펫코노미 패키지'. KB펫코노미카드, 적금, 신탁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KB국민은행이 선보인 'KB펫코노미 패키지'. KB펫코노미카드, 적금, 신탁으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 안양에서 고양이 ‘도도’를 기르는 60대 A씨는 최근 방송에서 반려동물 학대 사건이 보도되자 큰 걱정에 빠졌다. 평소 유기묘를 돌볼 정도로 고양이 사랑이 넘치는 A씨는 본인이 사고를 당해 도도를 돌보지 못할 경우가 생길 때를 대비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펫신탁’이란 금융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 건강한 A씨가 사후를 걱정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펫신탁 가입을 결심했다. 친척들은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 친한 친구를 본인 사후 부양자로 지정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 사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동물병원 사용금액의 일부를 적립하거나 애완용품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대중화됐지만 펫신탁이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펫신탁은 반려동물 주인이 죽거나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아플 경우 대신 돌봐주는 사람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이미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통용화된 개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KB국민은행이 'KB펫코노미신탁'을 유일하게 선보였을 뿐이다.

은행권에서는 '강아지신탁' ‘고양이신탁’으로 불리기도 하는 KB펫코노미신탁에 직접 가입해봤다.

KB펫코노미신탁 가입 대상은 만 19세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입양을 계획 중인 고객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현재 반려동물은 강아지와 고양이 두 종류만 가능하다. 가입하려면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은행에 가서 가입 의사를 밝히면 먼저 투자 성향을 분석해준다. 그 결과에 따라 등급별로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고 설명해준다. 기자가 직접 체크한 투자 성향은 안정추구형이 나왔다. 100점 만점 중 52점으로 가장 낮은 등급인 안정형보다 한 단계 높았다.

펫코노미신탁은 ETF형, MMT형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EFT형의 운용자산은 KBSTAR 채권혼합 ETF로 투자위험등급이 4등급, '보통위험'에 속한다. MMT형의 운용자산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어음 등이고 투자위험등급은 6등급, '매우 낮은 위험'이다.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에는 200만원 이상, 월 적립식인 경우에는 ETF형은 10만원, MMT형은 1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펫코노미신탁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 실적배당 상품으로 투자 원리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다. 투자 금액의 손실 내지 감소의 위험은 전적으로 투자자 몫이다. 가입 전에 은행측은 이런 사항을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가입자도 스스로 이부분은 꼭 유념해야 한다.
KB국민은행에서 출시한 KB펫코노미신탁은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 원리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보기
KB국민은행에서 출시한 KB펫코노미신탁은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 원리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게 있다. 위탁자(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신탁재산은 상속재산가액에 포함된다. 펫신탁 외에 다른 상속재산이 있다면 상속재산가액이 증가해 상속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유언장과 비슷한 유언대용신탁계약서도 작성한다. 영업점에서 바로 할 수도 있고 추후에 작성해도 된다. 이곳에 본인 사후 신탁재산을 수령하게 되는 연속수익자(가입자가 직접 지정) 등을 기재하고 위탁자와 수익자가 함께 서명한다.

위탁자가 사망하면 사망통지인이자 반려동물을 대신 키워줄 연속수익자는 사망진단서, 사체확인서 등 객관적인 증빙서류를 수탁자(KB은행)에게 통지하면 된다.

서류가 확인되면 은행은 신탁재산을 처분해 연속수익자에게 지급한다. 이 재산은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분할해 받을 수도 있다. 일시금으로 할지 분할로 할지는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다.

분할지급의 경우 3개월 단위로 지급한다. 1회에 지급하는 금액은 20만원 이상으로 설정 가능하다. 만약 연속수익자가 신탁재산을 모두 교부받기 전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분할 지급은 중단되고 남은 잔액을 연속수익자에게 지급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아 가입하는 고객이 많지는 않지만 콜센터 등을 통해서는 문의가 꽤 많다“며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금융상품이지만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라 앞으로 충분한 고객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며 수익보다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을 선보인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