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회장은 회사를 떠나면서 “사적인 문제가 그룹 경영에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동부그룹 회장, 계열사 대표 자리를 모두 내려 놓고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동부그룹은 “이근영 회장이 동부그룹 여러 계열사의 사외이사, 고문을 역임하는 등 동부와는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면서 “앞으로 김준기 회장 사퇴에 따른 그룹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영을 쇄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은 또 이근영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영 신임 회장은 지난 2008년 동부메탈 사외이사 겸 동부생명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동부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2010년 동부화재 사외이사 선임에 이어 2013년부터 동부화재 고문을 맡아왔다.
1937생인 이 회장은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68년 8월 제6회 행정고시 합격 △1985년 광주지방국세청장 △1989년 재무부 세제국장 △1991년 국세심판소장 △1994년 재무부 세제실장 △1994년 한국투자신탁 사장 △1996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1998년 한국산업은행 총재 △2000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2004년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동부그룹 계열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왔지만 대부분 사외이사 역할이며 비상근임을 감안할 때 이 회장에 대한 인사는 파격적인 인사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번주 내로 이근영 회장의 취임식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1990년대 말 10여개였던 계열사가 꾸준히 늘어 66개까지 육박했지만 현 재 상장회사 5곳과 동부생명, 동부대우전자, 동부저축은행 등 비상장회사 18곳 등 총 23 개로 대폭 축소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동부그룹은 지주회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동부와 금융계열사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화재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김준기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인해 동부그룹의 지배구조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채 동부화재의 자사주 지분이 10.60%(750만1660주)로 최대주주인 김남호 상무의 지분인 9.01%(637만9520주)보다 많은 상황을 맞게 됐다.
동부그룹으로서는 김남호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근영 신임 회장의 취임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근영 신임 회장이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재계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김준기 창업주를 대신해 기존의 금융중심 기업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 하고 있다.
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