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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한·중 통화스왑…‘데드라인’ 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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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한·중 통화스왑…‘데드라인’ 넘기나

이주열 총재//한국은행=사진이미지 확대보기
이주열 총재//한국은행=사진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왑(Currency Swaps) 연장 여부가 미궁에 빠졌다.

지난 2014년 연장한 한·중 통화스왑의 마감일은 10일이다. 마감은 자정까지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이 중국과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금융위기 직후 중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했고 이후 두 차례 기간을 늘리고 규모도 키웠다. 현재 한·중 통화스왑 규모는 한화 62조원(3600억위안)에 달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한은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한·중 통화스왑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기간 별 다른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전날 “한중 통화스왑의 만기 연장과 관련, 당분간 현재 상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국가 간 통화스왑은 일반적으로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율을 고정시켜 계약하기 때문에 사실상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외환위기 같은 상황이 일어났을 때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안전판 같은 역할이다.

과거 두 차례는 모두 만기 전에 연장을 결정했다. 규모도 키웠다. 이번에는 마감일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우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사실상 종료됐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2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한·중 통화스왑이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논리가 아니다. 한·중 통화스왑은 달러 기반이 아니라 원·위안화 스왑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집계한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3848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연장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의 외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한·중 통화스왑은 경제보다는 정치논리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중 관계 회복에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징표로 볼 수 있는 것이 통화스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또한 이에 대해 "통화스왑 문제는 양국 공식 발표 전에 일방에서 발표하기는 어렵지만 한·중 통화스왑 연장이 관계 개선의 징표라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통화스왑이 종료되면 현재까지 맺어져 있는 통화스왑의 절반이 사라진다.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왑은 달러로 환산하면 560억달러다. 한국의 전체 통화스왑 1222억달러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지난 2010년 미국, 2015년 일본에 이어 사실상 주요국과 맺은 협정이 모두 사라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남은 통화스왑은 호주(호주달러), 인도네시아(루피아), 말레이시아(링깃), UAE(디르함) 등이다. 기축통화가 없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