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근의 유통칼럼] 추석선물에 대한 추억

기사입력 : 2017-10-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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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객원 논설위원
우리나라 추석선물은 혼란한 정국과 살림이 가난하던 때는 계란이나, 돼지고기 등 직접 생산한 농산물외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소득이 증가되면서 변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선물세트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국민소득이 높아지기 시작한 1960년대라고 본다. 그 때에 최고인기를 누린 것이 ‘제일제당 30㎏포장설탕’이며, 밀가루·세탁비누·치약·조미료·통조림 등 100여종의 대중상품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70년대는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세숫비누·조미료·식용유·과자류·커피·타월 등과 베트남전쟁여파로 라디오·흑백TV·전기밥솥·화장품 등 해외 고가상품까지 등장했다.

1980년대는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해 선물문화가 정착되었다. 식품류·과자류가 유행했지만, 홍삼·꿀·영지버섯 등 건강식품과 굴비·갈비·배·사과 등의 농산물이 출하되었다. 넥타이·지갑 등 선물의 질이 고급화되고 화려하게 포장된 패키지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과대포장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1990년대는 소비의 양극화현상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중·저가의 실속상품들과 영지·토종꿀 등 건강식품이 등장하면서 정육세트를 능가하기도 했다. 특히 외환위기(IMF)때는 비누·치약·양말이 유행되고 설탕·식용유는 환율폭등으로 품격이 높아졌다.

2000년대는 웰빙이 유행되면서 올리브유·참기름 등 건강식품과 시장양극화로 소면·부침가루·밀가루·당면·간장·된장 등 유기농식품중심의 저가 알뜰실속세트와 굴비·옥돔·정육세트 등 고품격 명품세트로 양분되었다. 이 시기는 소비자요구가 강화되면서 구두상품권보다 편리하게 사용되는 백화점상품권을 비롯해 구두·주유·도서·문화 등 수백 가지 상품권이 등장했다. 특히, 상품권규제 해제로 삼성·LG·SK 등 대기업이 백화점·정유업체·호텔·외식업체 등과 연합되면서 과잉소비를 부채질하는가 하면, 유통시장 전면 개방으로 대형마트에서 가성비 좋은 미국산 LA갈비세트가 등장했다.

2010년대는 소셜커머스·오픈마켓 등 온라인 유통채널이 본격적으로 등장되고 소비트렌드도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상품구성이 다품목·다변화되었다. 농산물·가공식품 선물세트는 많은 양보다는 필요상품을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행태를 보였다. 한우·송이버섯, 사과·배·단감·대추 등 농산물과 당면·부침가루·물엿·샴푸·치약·햄 등의 혼합선물세트가 유행되고 김·마른 멸치 등의 가성비 높은 일반상품과 죽방멸치·정치망 멸치 등의 고급상품도 등장했다. 특히 멜론·망고 등 수입과일세트와 수입육 선호도가 증가되고 물류위험부담이 적은 견과류 선호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년부터는 젊은 층들과 1인 가구의 선호도를 반영한 참기름·고추장·젓갈 등 명인의 이름을 내세운 전통건강먹거리들과 외국 유명상품들이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20만원 이상의 송이·과일·굴비 세트는 감소되고 5만원 미만 고급오일과 유기농 등 다양한 상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속·저가 선물세트중심의 대형마트에서 100만원이상의 한우선물세트가 인기를 얻고 프리미엄세트(축산물·수산물+와인)가 판매되는 등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지출하기가 두려운 시기에는 서로 안 보내고 받지 않는 것이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라도 대문 앞 벨이 울리고 택배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리면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가슴이 설레는 것이 서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필자는 ‘명절 특수’를 보려고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를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백화점 매출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전통시장이 어렵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혹자는 농·축·수산물 세트매출이 축소된 것을 ‘김영란 법’으로 보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1인 가구증가와 소비패턴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는 우리 누님들과 형님들은 쥐꼬리만 한 봉급을 아끼고 아껴서 부모님에게 드릴 내의와 양발을 사고 동생에게는 연필과 노트를 사서 주기도 했다. 이제 혼추족·실속족 등 1인 가구를 위한 팬케이크와 시럽, 소포장 맥주와 전통주, 닭발과 오돌뼈가 담긴 안주 선물세트이외에도 양념하여 진공포장 해 1팩씩 담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개별 팩 포장세트 등 한 끼 식사용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통시장·동네슈퍼가 진정 잃어버린 ‘카리스마(charisma)’를 되찾기 위해서는 ‘신의 선물’인 ‘선물보자기’ 의미를 탁월한 능력으로 살려서 고객마음을 다시 잡아야 한다.


임실근 객원 논설위원(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 임실근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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