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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가을이 미아리 점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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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가을이 미아리 점집이라고?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아이디어의 어원은 문자 그대로 이데아입니다. 진실을 깨닫는 플라톤의 비유법이 수천년이 지난 지금에는 생존의 불문율이 되었습니다. 하긴 머리를 굴려야 진실을 볼 수 있고, 진실 또한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날 순 없을 겁니다. 아이디어는 기업 현장의 비즈니스맨에게 문제 해결 능력과 직결됩니다. 문제를 마주한 우리는 분석하고 파악하는 관찰의 단계를 거칩니다. 검색 포털을 뒤지든 발품을 팔 든 데이터나 필요한 정보에서 솔루션이 가능한 자료를 만듭니다.

핸드폰만 있으면 하버드대학의 논문도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라 경쟁자도 비슷한 수준의 자료를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야기 입니다. 승부처는 펼친 자료에서 그들과는 다른 해결 방법을 발견하는 단계입니다. 엇비슷한 자료에서 자신만의 해석력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남다른 의미와 관점이 담긴 새로운 컨텐츠를 탄생시켜야 합니다. 사람을 모아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것이지요.
맥락(Context)을 바꾼 콘텐츠(Content)로 접촉(Contact)하는 겁니다. 어쨌거나 남들과 유사한 자료에서 남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것, 즉 유사성을 바탕으로 비유사성을 만드는 것, 보편성 속에서 특수성을 만드는 모순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디어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입니다. 기존 정보와 연(聯)결된 새로운 개념이나 이미지(想)를 만드는 일, 이 연상력(聯想力)이 창의성의 관건이라는 겁니다. 어린 시절 자주 부르던 동요가 있습니다. 기차는 길어, 길은 건 바나나~ 바로 그겁니다. 연상이란 기차에서 바나나를 떠올리고 여행을 떠 올리는 일입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지요.

보다(See)는 안구의 기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는 것은 간을 볼 수도, 시장을 볼 수도,욕을 볼 수도 있지요. 제임스 카메룬은 사랑(Love)보다 더 위대한 ‘SEE’의 개념을 그의 영화 ‘아바타’에서 창조했습니다. “I See You". 자판을 두드리는 당신의 손은 디지털 시대의 바쁜 손입니다. 가족이 지켜본다면 수고하는 손이고 안쓰러운 손이지요. 그러나 여기 또 손들이 있습니다. 헤어지기 싫은 손, 만지고 싶은 손, 그리워 하는 손, 플레이 보이지를 넘기는 손, 화장실의 손, 가슴 아파하는 손, 재회하는 손, 움켜잡은 손들이 그들입니다.

당신은 몇 개의 손을 가지고 있는지요? 당신의 연상력을 가늠해 볼까요?

장수풍뎅이를 본적이 있으세요? 없다고요? 없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보지 못한 자가 연상할 수는 없으니까요. 생각의 용적을 늘려야합니다. 재료가 풍부하다면 음식의 가짓수도 많아질 테니까요. 재료의 신선도도 중요합니다. 여기 한 점(點)이 있습니다. 무엇으로 보이세요?

주부의 눈에는 남편의 옷에 묻은 얼룩으로 보이고 잠실야구장의 청소원에게는 껌딱지로 보입니다. 처녀에겐 초경의 흔적으로 보이고 사격장을 나온 예비군에겐 사격 표지판으로 보입니다. 위대한 지구 과학자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으로 지구를 표현 했습니다.

조금 더 멋지지요? 당신의 아이디어는 당신을 닮습니다. 아이디어의 수준을 위해 당신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엔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손으로 집을 그려보세요. 지붕부터 그리셨나요? 목수는 주춧돌부터 그립니다. 집을 지어본 사람이니까요.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몸으로 얻은 경험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쓸모 있게 만듭니다.
긴 연휴가 지났습니다. 당신에게 이번 가을은 무엇입니까? 낙엽일수도 철 지난 호숫가 일수도 있겠지요. 솔직히 식상하군요. 모네의 수련이 떠올라 가을을 인생의 수련기라고 표현했거나 , 피카소의 <늙은 기타수>를 떠올리며 가을을 인생의 조락과 비유했다면 수준급입니다. 남다르면서도 공감되는 생각이 연상력의 요체니까요. 그런데 최근 어느 학생이 내게 가을을 주역, 점을 보는 계절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승진이든 합격이든 누구나 불안해진다고, 그래서 용한 점 집 앞에 줄을 선다고 했습니다. 덧붙힌 그의 한 마디는 이랬습니다. “교수님 댁이 미아리 지나 길음동이시죠? 가을만 되면 그곳에 사람들 줄 서는 거 못 보셨어요?.“ A플러스를 거머 쥔 그의 결정타 였습니다. 4년째 북한산 자락에 살고 있는 저를 염두에 둔 설명이였고 저는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거든요. 부처도 사람에 따라 설법한다고 했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생각의 정답은 없습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아이디어란 사람 놀음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당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의 심중을 헤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겁니다.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