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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상담? 우리은행 '위비톡' 아직도 걸음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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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상담? 우리은행 '위비톡' 아직도 걸음마 수준

우리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인공지능형 상담 챗봇 서비스 '위비봇'과 대화한 화면 캡처. 이미지 확대보기
우리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인공지능형 상담 챗봇 서비스 '위비봇'과 대화한 화면 캡처.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우리은행이 선보인 인공지능형 상담 챗봇 서비스 '위비봇'이 출시 한 달을 넘겼지만 미숙한 답변 등으로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 위비봇을 출시하면서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 답변을 제시하고 질문과 답변을 고르는 단순 선택형 방식이 아닌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상담해본 결과 홍보 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위비봇이 제공하는 상담 분야는 일반상식, 환전, 스마트·인터넷뱅킹 등 세 가지다. 예금·대출 서비스는 현재 준비 중이다. 일반상식 분야에서는 날씨와 인물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강수확률 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 ‘강수확률’이라고 치면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현재 온도’라고 검색하자 ‘제가 실내에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라고 동문서답이다. ‘바깥 온도’라고 다시 검색하니 잠시 후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패턴으로 다시 검색해봐도 여전히 '딴소리'만 반복됐다.

인물 관련 정보도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해 보인다. 시중은행장들의 이름을 검색하자 ‘대한민국 금융인이고 000의 은행장이다’라는 식의 간단한 답변들만 돌아왔다. 우리은행의 점포 수나, 행원 수를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최근 상담을 시작한 스마트뱅킹, 인터넷뱅킹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뱅킹 가입 ’이라고 검색하자, 인터넷뱅킹에 가입이 되어 있냐고 되묻는다. ‘예’라고 답하니 ‘우리은행 원터치 개인 앱을 설치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공인인증서를 복사한 후 로그인하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다.

환전 분야 상담은 정상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 미국 환율’ ‘브라질 환율 ’ 등을 검색하면 가장 최근의 환율을 보여준다. 환전이 가능한 점포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위비톡 평점(앱스토어 기준)은 5점 만점에 2.4점 수준이다. 사용상 불편한 점도 많지만 많은 고객들이 은행 창구에서 행원들의 반강제적 권유로 애플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애플에 대한 고객 의견 글을 보면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왜 이런 걸 실적으로 넣어서 직원들을 시켜 다운받게 하나" "적금 하나 드니 위비톡을 깔라고 한다" "왜 계속해서 쓸데없는 애플을 만들어 설치하라고 하나" "최근 대화방에서 내용이 모두 사라지는 등 오류가 있었는데 오류 수정이 빨리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의 의견이 대다수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 고객 상담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학습이 진행되고 있고 학습을 통해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시중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앞다퉈 대화형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경쟁사를 의식해 너무 서두르고 있는 게 문제"라며 "고객 눈높이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학습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