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현장에서/임소현 기자] 지출보고서 가이드라인, 김영란법이 떠오르는 이유

공유
1

[현장에서/임소현 기자] 지출보고서 가이드라인, 김영란법이 떠오르는 이유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생활경제부 임소현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한국인 잔머리 아무도 못 따라간다.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 표현이다. 어떤 규제가 생겼을 때 일정 기간 안에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지난해 9월 대대적으로 도입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1년을 넘기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예시다. 김영란법 도입 이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경우들이 발생하면서 예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김영란법에 적시된 제외사항이 문제가 된 것이다. 김영란법에는 ‘다만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은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제약사 및 의료기기업체가 의료인 등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지출보고서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리베이트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출보고서와 리베이트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데다 리베이트로 인정되지 않는 예외가 여러 가지 언급되면서 지출보고서가 ‘빛 좋은 개살구’로 남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확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제 제약사, 의료기기업체, 대한의학회 등의 요구를 수용해 의약품과 연구비를 지원받는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의 경우 지출보고서 작성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출보고서를 작성했더라도 리베이트 혐의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제공된 경제적 이익의 목적이 판매 촉진에 있었다거나 제공된 액수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게 많다면 리베이트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출보고서에 작성된 경제적 이익의 성격과 제공된 돈의 액수에 따라 리베이트로 판단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지출보고서가 불법 리베이트를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강연이나 자문료 역시 정당한 노무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경제적 이익은 리베이트가 아니지만 판매 촉진을 위해 우회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강연료, 자문료는 리베이트로 판단된다.

김영란법의 도입 취지는 너무 좋다. 지출보고서 가이드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 같은 제도들이 도입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언제나 정확하고 객관적일 수는 없다. 지출보고서 역시 일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경우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출보고서 가이드라인이 김영란법과 어쩐지 닮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출보고서 가이드라인이 제 역할을 해내려면 업계 전체의 노력이 필수다. 쉽진 않은 일이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