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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의장 인사 초읽기… 금융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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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의장 인사 초읽기… 금융시장 촉각

‘비둘기파’ 파월 지명 가능성 커… ‘매파’ 지명 땐 시장 타격 우려

미 연준 차기 의장 인사가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이사(사진 왼쪽),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가운데), 재닛 옐런 연준 의장(오른쪽)의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테일러 교수가 지명될 경우 금융시장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이미지 확대보기
미 연준 차기 의장 인사가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이사(사진 왼쪽),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가운데), 재닛 옐런 연준 의장(오른쪽)의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테일러 교수가 지명될 경우 금융시장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최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뉴욕증시가 최고가 경신 부담감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 기대감이 다시 불확실성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시장에서는 초읽기에 접어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임 의장 지명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2월로 임기 만료인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후임 지명이 빠르면 이번 주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매파’와 완만한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비둘기파’ 중 누가 선정되느냐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5파전서 3파전으로 후보 압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옐런 의장을 마지막으로 만나면서 차기 연준 인선을 위한 면접을 마쳤다.

연준 의장 후보는 옐런 의장과 제롬 파월 연준 이사,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 등 5명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5명 전원과 인터뷰를 마치며 인선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보수파가 워시 전 이사와 테일러 교수 등용을 건의하고 있는 데다 옐런 의장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막판까지 혼선을 거듭할 전망이다.

외신의 시각은 파월 이사와 테일러 교수 중 한 명은 의장을, 나머지가 부의장을 맡는다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한다며 호의를 보였던 옐런 의장은 공화당 주도의 의회 청문회에 가로막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권부터 유지된 정책 전환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옐런 의장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를 맡은 옐런 의장은 좌파 색채가 강해 공화당 내부 반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 베팅사이트 ‘프레딕트잇’(PredictIt)에서 지명 확률이 가장 높은 것 역시 파월 이사다.

테일러 교수와 옐런 의장이 각각 24%, 19% 수준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반면 파월 이사는 10월 초부터 50% 이상의 압도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초까지 1위였던 워시 전 이사는 4위로 전락했다.

시장에서는 테일러 교수가 지명될 경우 향후 2~4년 동안 금리인상 단행이 빨라지고 옐런 의장이나 파월 이사가 될 경우 중립금리는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파월 이사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옐런 의장 연임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매파’ 테일러 지명 시 금융시장 타격

시장의 우려는 테일러 교수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다.

파월 이사나 옐런 의장이 선정될 경우 현행 정책이 계승되겠지만 테일러 교수가 의장이나 부의장이 될 경우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강경파, 즉 ‘매파’로 구분되는 테일러 교수는 금리 수준을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경제 안정에 가장 중요하다는 ‘테일러 준칙’(테일러 룰)을 제창한 인물이다.

특히 연준이 정책금리를 적정 수준보다 낮게 억제하면서 금융 부실을 초래했다면서 강력히 비판해 왔다.

시장에서는 “저금리가 거품을 초래했다”며 금리인상 지지론을 펼치는 테일러 교수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가의 의견도 비슷하다.

테일러 교수가 생각하는 적정 금리 수준이 2.5~3%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적정 금리는 2.94~3.44%로 현행 기준금리인 1~1.25%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연준이 책정한 장기 정책 금리 전망인 2.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테일러 교수는 지난 13일 보스턴에서 열린 강연에서 “기준금리는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강조했지만 “균형금리 수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적정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 임명 가능성이 커지자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주 2.54bp 상승한 1.5722%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도 6.40bp 올랐다.

아시아 통화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테일러 교수가 연준 의장에 선임될 경우 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확대될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말레이시아 링깃화가 가장 큰 충격을 받고 터키 리라화·멕시코 페소화도 약세폭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