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알레르기 문제가 확대되면서 공정 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을 다룬 공정에서 제조했는지 표시하도록 요구하여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알레르기 물질이 수백 종이다 보니 앞으로 계속 추가될 때마다 포장지에 모두 기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GMO 품종 여부를 표기하는 문제도 뒤따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재포장하는 사례가 발표되면서 유통기한에 대한 표기가 강조되었고 앞으로는 상미 기한이나 판매 가능 기한 등 다양한 방법으로도 소개될 수 있기에 이 많은 정보를 포장지에 다 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혹여 이런 정보를 다 기입한다손 치더라도 도저히 읽어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또 표시방법 변경에 따른 동판 제조 비용 1억9000만원을 보상해 주겠다는 데 산업체가 받아 들어야 하는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여겨지며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격을 통제한다면 품질의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식약처가 정책을 잘못 판단하고 수행하였으니 보상으로 이를 무마하려는데, 국민의 혈세를 이런 식으로 보상을 해 주어서는 안 되는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나 앞으로 수많은 표시사항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해달라고 요청을 한다면 모든 사항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트륨 저감화 같은 영양정책은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민간단체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트륨은 꼭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원료가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하며 맛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이다. 과량 섭취가 문제인 만큼 이는 소비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된다. 차라리 백해무익한 담배를 보다 더 강력한 규제로 다스리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서 식약처가 나서야 하는 일이다. 핀란드가 왜 30여 년에 걸쳐서 국민을 계몽하고 저염 식품의 맛에 대해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국의 프로스포츠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지금 좋다. 그러나 이렇게 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이해를 시키고 선수 스스로 판단하여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우리 국민의 인식도 과거처럼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여겨지며 식약처는 법이나 규정을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수시로 고쳐서 ‘이렇게 따라와요’ 하는 갑질의 자세에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라고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전 한국식품과학회회장)